매일신문

[야고부] 사과할 필요 없다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공무원 사적 의전 논란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9일 사과했다. 그는 "저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수사와 감사 결과가 나오고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무원 사적 심부름, 공적 자금 유용 의혹, 대리 처방과 관용차 사적 사용 등 의혹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사과를 하면서도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사과도 있나? 현재 논란의 핵심은 공무원을 개인 비서처럼 부리고,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이다. 세금으로 고용한 사람, 세금으로 정산해야 할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인데, 두루뭉술한 말로 사과 흉내만 낸 셈이다.

이 사과 같지 않은 사과에 남영희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9일 TV에 출연해 "정말 힘든 결단을 내렸고, 진정 어린 사과를 했다"고 울먹였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10일 법인카드, 사적 심부름, 대리 처방 의혹 등은 쏙 빼고 "(도)지사 부인이 장 보러 가는 것 봤느냐"는 말로 본질을 호도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공식적 손님들을 초대하면 직원과 사모님이 나와서 같이 음식 준비해서 오는 손님들 접대하고 하는 거 아니겠나"라고 했다. '그 음식들이 공식적으로 손님 접대를 위한 것이었나'는 질문에는 '묻지 말라'고 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편익과 이익은 이 후보 가족이 챙겼는데, 잘못은 직원이 저질렀다는 식이었다. 이런 말이 사과이고 해명인가?

여권 인사들은 말 뒤집기를 밥 먹듯이 한다. 그러니 설령 '사과'를 해도 별 의미도 없다. 사과 같은 건 치우고, 논란이 되고 있는 5급과 7급 별정직 공무원들을 어떤 과정을 거쳐 채용했는지, 그들은 경기도청 어느 부서,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해당 공무원이 갖고 있던 법인카드를 언제, 어디에 썼는지 밝혀라. 아무리 조사가 길어도 3일이면 손금처럼 훤하게 드러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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