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4년간 연락 없던 모친, 아들 사망 보험금 받으러 나타나"…'구하라법'은?

사망자의 누나 "양육의무 저버린 부모 보험금 상속 자격 없다"
현행법은 사망자 부인·자녀 없으면 부모에 상속권
'공무원 구하라법'은 시행 중이지만 일반인에는 적용안돼

남동생(왼쪽)이 어선 침몰로 실종되기 전 누나와 함께 찍은 사진. 연합뉴스
남동생(왼쪽)이 어선 침몰로 실종되기 전 누나와 함께 찍은 사진. 연합뉴스

자녀들이 어린 시절 재혼해 50년 넘게 연락 없던 어머니가 아들이 사망하자 보험금을 수령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망한 아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 법률상 보험금은 부모에게 상속될 상황이라 그의 누나가 "억울하다"며 호소하고 있다.

부산시에 사는 여성 A(60대)씨가 최근 남동생의 사망 보험금을 놓고 수십 년 만에 만난 어머니와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12일 보도했다.

지난해 초 거제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어선의 갑판원으로 일하던 A씨의 동생이 실종돼 곧 사망 보험금이 지급될 예정인데, 결혼을 안해 부인과 자식이 없는 동생의 보험금이 모두 모친에게 상속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A씨는 "모친은 실종된 막내 동생이 3살이고 내가 6살, 오빠가 9살 때 다른 남자와 결혼해 우리를 떠난 후 연락도 없었다. 우리는 할머니와 고모 손에 자랐으며 형편이 어려울 때는 친척집을 전전했다. 그런 우리를 한번도 찾아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차지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아버지는 실종된 동생이 태어나기 전 돌아가셨다고 한다.

실종된 동생의 사망 보험금은 2억5천만원에 달하고 선박회사 측의 합의금도 5천만원에 가까워 모친은 법대로라면 3억원 가량을 모두 수령하게 된다. 실제 모친 측은 이들 금액을 A씨 등과 나누지 않고 모두 수령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친이 재혼해 낳은 아들 B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이번 보험금과 합의금 수령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이복동생인 B씨는 연합뉴스 측에 "해줄 말이 없다. 변호사와 상의하고 있다"면서 전화 통화를 거부했다.

보험금을 지급하는 수협 중앙회 관계자는 "B씨 측에서 구비서류 등을 문의해와 안내해주었다. 보험금 지급 심의가 늦으면 1개월도 걸리지만, 현재의 사건은 실종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에 서류만 접수되면 1주일만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나는 7살 때 동네 아이들을 봐주고 먹을 것을 구하며 평생 힘들게 살았다. 나와 동생, 오빠를 키워준 사람은 고모와 할머니다. 그들이 진짜 보상금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데 모친은 동생의 사망 보험금을 나누지 않고 모두 갖겠다고 한다.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현행 법상 여전히 양육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학대한 부모도 상속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행 상속제도에 대한 비판은 2019년 가수 구하라씨 사망 후 20여년간 연락이 두절됐던 친모가 상속재산 절반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민법상 고의로 피상속인 등을 살해하거나 사기로 유언을 하게 한 경우, 유언서를 변조·은닉한 경우 등에 한해서만 상속이 제한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부모도 상속인 자격이 유지된다.

공무원이 순직했을 경우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유족은 재해유족급여 등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공무원 구하라법'은 시행됐지만, 일반인의 상속권까지는 막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모친은 동생을 3살까지 키웠다고 주장하고 현행 관련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양심이 있다면 동생의 보험금을 절반만 가져가고 나머지 절반은 우리 형제들과 우리를 키워준 고모 등이 나눠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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