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상전이 하인 밥 못 하게 한다'는 속담이 있다. 내 배가 차면 아랫사람 배고픔을 모른다는 얘기다. 좋은 처지에 있는 사람은 남의 처지나 형편을 전혀 배려하지 않음을 뜻한다.
최근 몇 년간 대구는 인구 규모 대비 전국에서 신규 아파트 공급이 가장 많았다. 그 여파로 미분양이 최근 가장 많이 늘었고, 대출 규제로 매물이 쌓여 가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대구 지역의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수차례 국토교통부에 요청하였으나 지난 12월 말,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는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여전히 금리가 낮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감안하면 규제 강도가 낮아질 경우 국지적 시장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은 지나치게 서울 편향적이다. 정부는 양도소득세 1가구 1주택 비과세가 되는 고가 주택의 기준을 지난 12월 사회적 합의도 없이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시켰다. 서울의 주택가격 평균이 12억 원에 이른다는 이유다. 지방의 경우 12억 원 넘는 주택이 얼마나 될까?
대출 관련 DSR 정책은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범위를 연소득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수도권과 지방의 임금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서울 중심 정책이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지방의 저소득자는 대출금도 그만큼 줄어든다. HUG의 신규 분양가격 기준은 대구가 서울 다음으로 가장 높은데 대출 없이 어떻게 집을 사란 말인가.
청약제도에서도 신혼부부나 생애 최초 특별 공급 대상자들의 소득 기준을 상향시키고, 소득이 높은 신혼부부나 생애 최초 청약자를 위해 30% 물량에 대해서는 아예 소득 기준을 없애 버렸다.
양도소득세 고가 주택 12억 원 상향, 신혼부부나 생애 최초 청약자의 일부 소득 기준 폐지, 대출 관련 DSR 강화, 종합부동산세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상향 조치 등 모두가 서울 수도권을 배려하는 정책적인 기준이다.
양도소득세 중과세 또한 마찬가지다. 지방의 2억~3억 원 하는 3주택자는 서울 수도권의 20억~30억 원 하는 1주택자보다 자산 가액이 현저하게 낮지만,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중과세와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대통령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 공약도 그렇다. 모든 후보가 서울 수도권에 대폭적인 공급 확대를 공약한다. 또한 종부세 납부 대상자들이 몰려 있는 서울의 유권자들에게 감세 공약을 하고 있다. 공급과 입주가 넘쳐나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경제 자체가 불안정해지는 지방을 고려하는 정책은 어느 후보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서울과 지방인 대구는 다르다. 서울은 공급이 부족하고 대구는 공급 초과다. 당연히 부동산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 지역 대구경북에 필요한 부동산 정책을 준비하자.
첫째, 빠른 시일 내에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해야 한다. LTV 비율을 기존대로 회복시키고 집을 사고자 하는 수요자의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둘째, 아파트 미분양이 발생해 요건을 갖춘 곳에 미분양관리지역을 조기에 지정해야 한다. 대구 동구 등 이미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요건을 갖춘 곳은 적기 지정으로 신규 공급 물량을 억제시켜 미분양의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셋째, 대출 관련 DSR 적용의 예외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들은 DSR로 인해 소득이 낮은 청년들에게는 규제지역임에도 대출 LTV 비율 80~90%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분양관리지역 또한 예외적으로 DSR 대출 규제를 완화하여 실수요자에게 매수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한다.
넷째, 임대차 3법의 하나인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완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임대차 3법은 임대 유통시장의 선순환을 막고 있다. 계약 시 2년, 4년 확정형이 필요하다.
다섯째, 규제지역의 지정과 해제 권리를 광역단체장에게 이관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지역 지정 및 해제의 요건과 지침만 명확하게 마련하고, 시행은 지역에 일임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지역을 잘 아는 지자체가 핀셋 규제를 제대로 할 수 있다.
대통령 후보들에게 소리 높여 외친다. 국민은 지방에도 있다! 서울 수도권의 유권자에게만 표를 구할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의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지역민의 소리에도 귀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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