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만성 적자에 승객 수 감소까지 겹친 대구 시내버스가 '밑 빠진 독 물 붓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6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재정지원금만 1조5천억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이용객 수는 해마다 줄고 원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져서다.
시는 오는 2024년까지 시내버스 노선을 대폭 개편해 이용자를 늘리고 적자 폭을 개선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 2015년 노선 개편 이후 이용객이 오히려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과연 실효성있는 대책을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해마다 급증하는 재정지원금…이용객은 오히려 줄어
대구시가 지난 2006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후 적자 보전을 위해 투입한 재정지원금은 모두 1조5천936억원에 이른다.
준공영제 도입 첫해 413억 원 규모였던 재정지원금은 지난 2015년 1천억 원을 돌파한뒤 1천억원대 초반을 유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이용객 수가 급감하면서 재정지원금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1천946억원이 투입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도 이를 넘어선 1천984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막대한 재정 지원에도 이용객 수는 2015년 노선 전면 개편 이후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 2015년 연간 버스 이용객 수는 2억6천400만여명으로 전년(2억8천641만여명) 보다 8% 감소했다.
이후에도 해마다 이용객이 줄면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에는 4년 전보다 13.1% 줄어든 2억2천965만여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에는 전년보다 29.8% 감소한 1억6천143만여명에 그쳤고, 지난해는 1억7천409만명을 기록했다.
반면 인건비, 유류비 등 운송원가는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 시내버스 운송원가는 3천685억 원으로 2017년(3천307억 원)보다 10.3% 늘었다.

◇버스 줄었지만 도시철도·자가용은 늘어
시내버스 이용객 수는 줄었지만 도시철도와 자가용 이용자 수는 상승선을 그리고 있다.
2019년 도시철도 이용객 수는 1억6천763만여명으로 2016년(1억6천308만여명)보다 2.8% 증가했다.
자동차 보유대수도 증가 추세다. 2020년 대구에 등록된 자동차는 121만9천196대로 2016년 대구시 113만811대보다 7.8% 늘었다.
시내버스가 변화하는 대구 도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땜질식 처방만 거듭하는 사이 편리한 도시철도와 자가용으로 수요가 이동한 셈이다.
비효율적인 노선과 함께 늘어난 배차 간격도 시내버스 이용을 꺼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8년 15.5분이었던 시내버스 배차 간격은 해마다 길어지면서 지난해 6월 말 기준 16.5분으로 집계됐다.
대구약령시에서 849-1번 버스를 기다리던 김 모(29) 씨는 "타려는 버스를 놓치면 배차 간격이 25분이라 한참을 추위에 떨어야 한다"며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도시철도보다는 시내버스를 자주 이용하는데 배차 간격이 너무 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024년 노선 개편…"도시철도 위주의 노선 개편 안돼" 지적도
대구시는 오는 2024년 초를 목표로 오는 4월부터 대구 시내버스 노선 대폭 개선 용역에 나선다. 서대구역세권 개발과 대구권 광역철도 개통 등 대중교통 여건 변화와 군위군 편입 등 도시 환경 변화에 맞추는 게 골자다.
그러나 도시철도 노선을 중심으로 버스 노선을 구축하는 기존 노선 구축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행량이 많은 핵심 간선을 도시철도 위주로 노선을 짜면서 시민 불편은 도리어 커지고 이용률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도시철도 노선과 중복되는 버스 노선은 줄이는 방식으로 개편하다보니 버스 이용률이 떨어지고 전체적인 대중교통 이용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내버스 증차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선 개편이 '아랫돌 빼서 윗돌괴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점도 문제로 꼽힌다.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버스 대수를 무작정 늘릴 수 없는만큼 정확한 정류장 간 이용객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버스 하차 시에도 반드시 교통카드를 찍도록 유도해 정확한 이용 수요를 분석하고 효율적으로 정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적자 감소를 위한 요금인상도 숙제다. 시내버스 요금은 2016년 1천100원에서 1천250원으로 인상된 이후 6년째 동결한 상태다. 시는 코로나19 사태가 누그러지는 올 하반기 이후 타 시·도와 연계해 요금 인상을 추진할 방침이다.
허종정 대구시 교통국 버스운영과장은 "노선 개편 때마다 도시철도와 중복 구간은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노선 중복도를 낮추는 대신 교통 사각 지역에 노선이 증설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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