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험지에선 당 점퍼 벗는다?…이재명·윤석열의 '복장의 정치학'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더불어민주당 로고와 상징색이나 어깨띠, 점퍼가 사라지거나 잘 드러나지 않게 축소됐어요."

지난 16일 안동에 사는 서명수(59) 씨의 대선 관전평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부터 16일까지 짙은 색상의 코트와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을 보였고, 17일 유세에는 흰 폴라티를 입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현장에서 이 후보에게서 발견 가능한 민주당 상징은 파란색 운동화 정도였다. 당시 이 후보 방문지는 대구, 부산, 서울 등 민주당 지지세가 약한 곳이었다.

이처럼 대선 후보들이 당 상징을 배제한 체 자체 경쟁력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이미지 전략 구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다시 광화문에서' 광화문역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홍보물에도 당 색을 최소화 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 선거 벽보는 흰 바탕에 이를 내보이며 웃는 후보 얼굴을 가득 담았다. 이 후보의 기호인 숫자 1에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대신 노란색을 사용했다.

여기에 TV 광고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첫 광고로 이 후보에 대한 '셀프 디스'라는 형식을 택한 민주당은 1분가량 방송 영상을 흑백 처리해 잔잔함과 차분함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선거철 임을 알게 하는 정당 점퍼의 실종은 이 후보와 민주당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자당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광주·전주 유세에서 당 점퍼를 입지 않았다.

윤 후보는 앞선 대구, 부산 유세에서 '기호 2번'이 적힌 당 점퍼를 입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기호(2)를 연상케 하는 '브이'(V) 자를 그리면서 호응을 유도했다. 윤 후보가 평소 당 점퍼를 입지 않더라도 유세 일정을 소화할 때면 당 상징색인 빨간색 목도리도 맸던 점을 고려하면 영호남에서 '복장의 정치학'이 사뭇 대조적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군 전주역에서 열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군 전주역에서 열린 '통합하는 대통령 전북을 위한 진심!' 전주 거점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게다가 윤 후보는 홍보물에도 빨간색으로 숫자 2를 적는 등 당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부각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앙당사에 붙은 대형 현수막에도 빨간 옷을 입은 아이가 윤 후보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다. 그 위에는 국민의힘이란 글씨가 빨간색으로 적혀 있다.

이처럼 윤 후보가 평소 국민의힘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던 점으로 미루어 호남에서는 보수 정당 색채를 최대한 빼고 민심에 접근하려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이 후보는 18일 호남 첫 유세지역인 전남 순천에서 파란색 점퍼를 착용했다. '민주당의 심장부'인 호남 방문에 맞춰 선명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지지층 결집을 노린 포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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