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는 토끼랍니다. 어떤 종류의 토끼인지도 모릅니다. 처음 복실이를 만난 날은 엄청 추운 겨울이었는데 보내는 날도 엄청 춥네요. 8년 전의 일입니다. 전생에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주 우연하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는 만났답니다. 어른 주먹만하고 뽀하얀 털에 까만 눈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답니다.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게 우리는 거짓말처럼 만났습니다.
엄청 추운 겨울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토끼를 무작정 데리고 온 것이 인연이 되었답니다. 이름을 복실이라고 지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복실이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었지요. 인터넷에 rabbit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먹이를 찾고 보금자리를 준비 했답니다. 미물이지만 귀한 생명을 살렸다는 자부심으로 사랑을 주고 정을 주었답니다. 잘해준다고 했던 나의 모든 행동들이 복실이에게 옳았는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내가 구해준 먹이를 잘 먹어주었고 아프지 않게 잘 자라 주었습니다.
복실이는 주인을 위해 재롱을 피우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나를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먹이를 먹을 때는 입을 오늘오물 거리면서도 눈은 계속 나를 쳐다봅니다. 아침이면 서로가 건강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해주고 밤이면 새근새근 꿈나라로 갑니다.
그럭저럭 8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나는 비록 복실이의 재롱 떠는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매일매일 서로가 건강하게 건재해 있음을 확인해 주는 존재로 만족했습니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맛있는 먹이를 먹을 때는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말은 할 수 없지만 동작이나 눈빛만 보아도 복실이가 행복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저에게 오던날처럼 가는 날도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네요. 아카시아와 라일락 향기가 산골짜기에 가득할즈음에 산으로 보내 주려고 합니다. 잘가렴 복실아. 너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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