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이 경북 성주에 배치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개 포대의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 범위는 한반도 남부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남한의 절반에서 3분의 2 지역만 방어할 수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은 이런 공백을 메우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드를 '흉악하다'고 한다. 지난 1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을 겨냥해 "제 아내의 고향 충청도에 사드 같은 흉악한 것 말고 보일러를 놔 드리겠다" "필요하지 않은 사드를 충청에 배치해 충청 도민을 고통받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요설(妖說)이다. 사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무기이다. 이게 흉악하다면 한미 연합 전력 전체가 흉악한 게 된다. 한미 연합 전력은 공격이 아닌 방어가 목적이다. 이게 흉악하다니 사고의 정상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진짜 흉악한 것은 사드가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이지 않나?
요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드가 필요하지 않다면서 그 근거로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군사령관이 '사드 추가 배치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의 글이나 말의 일부만 떼어서 전체 맥락과 관계없이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서 쓰는 단장취의(斷章取義)의 전형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2020년 11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사드는 한국이 운용 중인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 레이더와 그린 파인더 레이더 등 다른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통합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수 있다. 이것은 더 나은 통합 방어 시스템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패트리엇은 저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이고 그린 파인더 레이더는 탄도탄 조기 경보 레이더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이 말하고자 한 것은 이들 시스템을 성주에 배치된 사드 포대와 통합하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막을 수 있어 사드를 추가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레이더 시스템을 통합하면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에 편입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동북아 안보 지형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실현이 어렵다. 그러나 어쨌든 브룩스 전 사령관은 무조건 사드 추가 배치가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런 사실을 알았을까?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브룩스 전 사령관이 사드 배치가 필요 없다고 했다고 한 것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다.
이 후보가 사드 추가 배치 불가 이유로 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중국의 경제 보복이다. 이는 피할 것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것이다. 경제 보복이 무서워 스스로 안보 위험에 빠질 수는 없다. 한심한 것은 이 후보가 중국의 눈치만 볼 뿐 중국이 우리에게 가하는 위협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점이다. 중국이 한반도를 겨냥해 배치한 '둥펑'(東風) 미사일은 600여 기나 된다. 이것은 문제가 안 되고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 사드 추가 배치는 문제인가?
절망적인 것은 사드 추가 배치 불가의 대안으로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노력'을 제시한다는 사실이다. 너무나 무책임하다. 사드 추가 배치 불가의 대안은 그런 노력이 실패했을 때의 대안까지 포괄해야 한다. 이 후보에게 그런 것은 없다. 그저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노력은 성공한다는 확신에 차 있다. 이런 신념을 '자멸적 평화론'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사람에게 국가 운영을 맡길 수는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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