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순동의 발효이야기] 발아, 발효 커피

커피체리의 구조와 발아발효커피
커피체리의 구조와 발아발효커피

커피는 세계인이 즐겨 마시는 기호음료이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잔으로 생활을 시작하며 만남과 대화의 공간에서도 주요한 교량역할을 하는 매체가 된지 오래다. 커피에는 특수성분으로 카페인, 트리고넬린(trigonelline) 및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뇌기능 향상으로 정신을 맑게 하며 주의력과 집중력을 높이고 높은 항산화작용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작용이 있다.

우리나라의 생두의 수입량은 17만6천 톤에 달하며(농식품수출정보 2021. 2), 커피시장은 세계 3위의 규모다. 이에 따라 고품질 생두수입과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도 배가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발효커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발효커피는 루왁커피로부터 시작한다. 루왁(luwak)이라는 사향고양이가 커피체리를 따먹고 그 씨가 장을 통과하는 동안 각종 미생물에 의해 발효를 일으켜 품질이 향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생두는 살아있는 종자로 발효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생두를 감싸고 있는 은색표피와 종피는 미생물이 침투하기 어렵다. 따라서 루왁 커피의 맛과 향이 좋은 것은 발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동물적 후각으로 잘 익은 체리를 골라 따 먹기 때문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커피의 맛과 품질은 잘 익은 커피체리를 육안으로 선별하여 채취한 것이 품질이 좋다. 가지 채 훑거나 기계적으로 수확한 경우는 미숙과가 섞이기 때문이다. 커피체리의 과육은 건식법이나 습식법으로 제거한다. 이를 정제라 하며 수입생두는 대부분 정제과정을 거친 것이다. 하지만 생두에는 섬유질에 왁스가 코팅된 은색표피와 섬유질로 구성된 종피가 덮여있어 발효가 쉽지는 않다.

발효는 원래 특정 재료에 젖산균, 효모, 곰팡이, 버섯균사체와 같은 미생물을 번식하여 이들이 내는 효소에 의하여 유해물질을 제거하거나 특정 산물을 생성케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발아가 되는 살아있는 생두그대로는 발효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생두를 수증기로 쪄서 죽이거나 조직을 파쇄하여 생명력을 잃게 한 후 미생물 배양액을 부어 두면 미생물이 조직 내로 스며들어가 아밀라아제, 프로테아제, 폴리페놀옥시다아제 등 다양한 효소들을 분비하여 발효가 된다. 이때 미생물이 생성하는 효소는 탄수화물은 당류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폴리페놀은 산화, 중합된다.

커피체리
커피체리

그러나 생두를 찌거나 조직을 파쇄할 경우 로스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요성분과 향미의 손실이 커서 이런 방법은 쉽게 사용하지 않는다. 생두는 약 70%정도가 살아있으나 30% 정도는 생명력이 거의 없다. 즉, 생두를 물에 불린 후 미생물 배양액을 부어두면 70%는 발아하고 30%는 발효한다. 실제로 생두에 물을 부어 팽윤시킨 후 미생물 배양액을 부어두면 생두의 일부가 싹이 트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막 수확한 생두는 휴면 호르몬인 ABA(abscisic acid)와 성장호르몬인 GA(gibberellic acid)가 결합한 휴면상태이다. 인위적인 겨울을 넘기게 하거나 온습도가 알맞게 유지되면 ABA가 이탈되고 GA가 생명을 깨어나게 하여 발아가 시작된다. 발아는 준비단계와 발아단계로 나눈다. 발아준비단계는 싹을 틔울 준비단계이다. 외적인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지만 내적으로는 생리 화학적인 많은 변화를 동반한다.

세포 내의 DNA와 RNA가 작용을 개시하여 저장물질을 분해하기위한 각종 효소를 만들고 생두에는 보이지 않던 비타민과 같은 발아에 필요한 수많은 성분들이 만들어진다. 준비단계가 지나면 곧 싹이 튼다. 준비단계에서 만들어진 각종 성분들은 배축(胚軸)을 성장시키는데 소모되며 콩 비린내와 풋내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생두의 발아는 발아단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중단하는 바람직하다.

미생물이 번식한다 하여 모두 발효는 아니다. 목표를 성취하면 발효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부패라 한다. 그러므로 발효는 그 타깃이 중요하다. 타깃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에 적합한 효소를 생성하는 미생물의 선별이 요구된다. 과도한 카페인의 함량을 줄이거나 로스팅 시에 향미와 색상을 내게 하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을 유도하기 위해 당과 아미노산을 생성케 하는 등의 목표와 함께 미생물의 번식 부산물로 새로운 기능성을 얻을 수 있는 등의 목표 설정이 요구된다.

실제로 생두를 물에 6시간정도 담가 불리고 건져낸 생두를 25℃에서 6시간 정도 두어 발아유도기를 거친 다음 36℃에서 젖산발효를 행한 원두로 우려낸 커피에는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이현구 발효연구소 2021). 카페인 함량은 반으로 줄며, 사포닌과 이소플라본, 가바(ℽ-aminobutylic acid), 비타민류, 유리 아미노산, 클로로겐산, 아글리콘(aglycone)으로 된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발효를 행하지 않는 원두커피에 비해 높다. 또 커피 맛은 부드럽고 순하며, 쓴맛과 탄내가 적고 과일 향이 난다. 또, 상대적으로 밝고 붉은 색이 강하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