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가 한(恨)이다. 의식주(衣食住)에 사람들이 광분하는 것을 못 입은 한, 못 먹은 한, 못 갖추고 산 한을 푸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육열도 못 배운 한을 푸는 것이다.
옷과 구두, 액세서리 등 이른바 명품에 사람들이 목을 매는 것을 보면 그리 틀린 지적도 아닌 것 같다. 의식주에서 의가 가장 앞자리를 차지한 것을 보면 그만큼 사람들이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는 방증이다. 금의환향(錦衣還鄕)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반대로 옷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경계하라는 뜻에서 먼저 언급한 것으로 파악할 수도 있겠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경주 최부자 가문의 육훈(六訓)에도 옷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만 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에 땅을 늘리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사방 100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것과 함께 가문에 시집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가 육훈에 포함됐다. 며느리들이 사치에 빠지지 말 것을 경계한 지침이었다.
고인이 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생전에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금언을 자주 언급했다. 인간은 누구나 빈손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말이다.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 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란 노래 가사도 있다. 하지만 마음속 주머니를 없애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그제 청와대 특수활동비 공개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에 서한을 전달했다. 연맹은 "대통령 부인의 옷 구입에 국민 세금이 지원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국가 신뢰와 민주주의 근간"이라고 했다. 연맹은 청와대 특활비 지출 내역과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품위 유지를 위한 옷값 등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대통령 부인의 옷 문제가 법원에서 재판 대상이 되고, 논란을 샀다는 자체가 볼썽사납다. 문 대통령 표현을 빌린다면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다. 문 정부 5년 동안 벌어진 일들 중 다음 정부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사건들이 쌓이고 쌓였다. '패션쇼' 비판까지 받은 김 여사의 옷 문제도 그중 하나다. 얼마나 밝혀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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