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명 은사 "경상도말로 재발랐던 李…메르켈 같은 지도자 됐으면"

李의 삼계초등 6학년 때 담임 박병기 씨
"평범한데 재치있고 활달해 '이재명 찍냐' 전화 자주 와 내 제자 안찍으면 누굴 찍어"
"육사 안동 이전 공약 큰 기대, 영·호남 떠나 화합의 정치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삼계초등학교 6학년 담임 박병기(71) 씨. 22살 때 교편을 잡은 박 씨의 초임 근무지가 삼계초였고, 4년 근무 마지막 해인 25살 때 이 후보의 6학년 담임을 맡았다. 지난 25일 삼계초를 다시 찾은 박 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삼계초등학교 6학년 담임 박병기(71) 씨. 22살 때 교편을 잡은 박 씨의 초임 근무지가 삼계초였고, 4년 근무 마지막 해인 25살 때 이 후보의 6학년 담임을 맡았다. 지난 25일 삼계초를 다시 찾은 박 씨는 "정말 영화 필름 돌리는 것처럼 기억이 훤하다"고 말했다. 김영진 기자 solive@imaeil.com

"내 보고 이재명 찍겠느냐 이래. 물어서 뭐 하냐. 내가 내 제자 안 찍으면 누굴 찍겠냐. 그러면 당신이 만약에 제자가 나왔으면 안 찍겠냐 하고 전화를 끊는다."

불가에서는 스승과 제자를 1만겁(劫)의 인연이라고 한다. 만 번의 천지개벽을 거쳐야 사제의 연을 맺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부부가 8천겁, 형제가 9천겁, 부자가 1만겁이라고 하니, 스승과 제자는 부모와 자식으로 맺어지는 것과 같은 인연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삼계초등학교 6학년 담임 박병기(71) 씨는 최근 지인들로부터 "진짜 이재명 찍을거냐"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 '보수 텃밭' 경북 안동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박 씨가 47년 전 이 후보와 맺은 인연도 보통 인연이 아니다. 이제 교편을 내려놓은 박 씨와 함께 지난 25일 안동 예안면 삼계초를 찾아 이 후보가 어떤 학생이었고, 어떤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지 들어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뒷줄 왼쪽 다섯 번째)의 삼계초 19회 졸업사진. 박병기 씨(앞줄 중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뒷줄 왼쪽 다섯 번째)의 삼계초 19회 졸업사진. 박병기 씨(앞줄 중간)는 "당시엔 졸업앨범을 맞출 형편이 되지 못해서 단매 사진 한 장만 찍어줬다"고 말했다. 이 후보 바로 뒤 나무가 지금은 아름드리 거목이 됐다. 박병기 씨 제공

박 씨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는 않았고 그냥 한 명의 학생 이렇게 봤지. '이거 좀 크게 될 놈인데 내가 잘 봐놔야겠다' 이런 생각은 없었다. 허허. 정말 평범했다"면서도 "대신 머리가 잘 돌아가고 재치있고 활달하고 여자들한테 좀 짓궂기도 한 그런 학생이었다. 경상도 말로 딱 재발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당시엔 애향단 활동이라고 있었는데 동네별로 그룹을 만들었다. (이재명이) 깃발을 들고 등하교하는 애향단장을 맡았다"며 "또 새마을운동을 한창 한 때라서 일요일 아침에 빗자루 들고 나와서 동네 길 청소도 하고 꽃밭도 만들고 하는 걸 앞장서서 재바르게 잘했다"고도 했다.

박 씨는 이 후보에게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추진력과 실천력의 원천을 유년 시절의 다독(多讀)으로 꼽았다. 그는 "교실 한 칸을 도서관으로 만들었었는데, 책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나중에 동창들이랑 얘기하는 거 보니까 거기에 있는 책을 거의 다 봤다고 하더라"며 "집에 가서도 형이나 이웃집에서 책을 빌려 읽었다는데, 아마 그게 도움이 많이 되지 않았겠나"고 흐뭇해했다.

화전민의 아들 코찔찔이 소년이 머리가 하얗게 센 대선 후보가 됐다. 말 그대로 개천에서 용이 났다. 박 씨는 그런 이 후보가 대견하면서도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가끔씩 저런 얘기는 좀 참았으면 좋지 않겠나 싶은 그런 것들이 있다. 정말 말을 참 조심해야 한다"며 "(TV토론에서) 대법관 이름을 거명하는 걸 보면서 아이고 저거 안 했으면 좋을 뻔 했는데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 아쉬워했다.

당시엔 삼계초등학교였지만 지금은 학생 수 감소로 월곡초등학교 삼계분교장이 됐다. 과거 총 3동이던 건물 중 2동은 헐어지고 본관 하나만 남았다. 김영진 기자 solive@imaeil.com
당시엔 삼계초등학교였지만 지금은 학생 수 감소로 월곡초등학교 삼계분교장이 됐다. 과거 총 3동이던 건물 중 2동은 헐어지고 본관 하나만 남았다. 김영진 기자 solive@imaeil.com

한편으로 박 씨는 이 후보가 고향을 위해 파격적으로 내놓은 육군사관학교 안동 이전 공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는 "정말 그런 걸 하나 옮겨 놓으면 아 정말 이재명이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싶다. 위치도 36사단 자리인데 자리가 좋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 씨와 함께 안동 도심에서 삼계초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곳곳에 육사 안동 이전 공약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안동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1925~1926년)을 지냈고 육사의 정신적 전신인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석주 이상룡 선생의 고향이다. 만약 내달 9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안동에선 97년 만에 국가원수를 배출하는 셈이다.

박 씨는 사상 첫 영남 출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제자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

그는 "정말로 이제 좌파니 우파니, 여당이니 야당이니, 영남 호남 좀 떠나서 화합의 정치를 해줬으면 한다. 우리도 메르켈 같은 대통령이 한 번 나와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존경받는 대통령이 우리는 잘 없다"며 "메르켈은 동독 사람인데도 동서 안 가리고 다 잘 해가지고 추앙 받는 대통령이 됐다. 재명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꼭 그래줬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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