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 "우크라나이나 사태…미국이 국제질서 위협"

나토의 일방적인 확대 움직임이 러시아 국가안전을 엄중히 위협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에서 살아남은 우크라이나 교사. 연합뉴스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에서 살아남은 우크라이나 교사. 연합뉴스

북한은 2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관련 내용을 언급하고 사태의 책임을 미국의 '전횡 탓'으로 돌리면서 러시아 편들기에 나섰다. 러시아가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이후 북한에서 나온 첫 반응이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홈페이지에 리지성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 명의로 게시한 '미국은 국제평화와 안정의 근간을 허물지 말아야 한다' 제목의 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실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리 연구사는 "미국이 간섭하는 지역과 나라들 마다 불화의 씨가 뿌려지고 국가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이 하나의 법칙처럼 굳어지고 있는 것이 바로 현 국제질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역시 러시아의 합법적인 안전상 요구를 무시하고 세계 패권과 군사적 우위만을 추구하면서 일방적인 제재 압박에만 매달려온 미국의 강권과 전횡에 그 근원이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국제언론들과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은 나토의 일방적인 확대와 위협으로 하여 유럽의 세력균형이 파괴되고 러시아의 국가안전이 엄중히 위협을 당한 데 있다고 평하고 있는 것이 우연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안전을 기원하는 공동기도회에서 한 교민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몸에 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안전을 기원하는 공동기도회에서 한 교민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몸에 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글이 전문가 개인 명의여서 외무성 등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을 감안하면, 북한이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우방인 러시아에 대한 지지 입장을 지속해서 밝힐 것으로 보인다.

리 연구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 사태'라고만 표현하며 이번 사태의 책임이 미국과 나토에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움직임을 문제 삼아 침공했는데, 러시아 정부의 이런 입장을 정당화하며 편들기를 분명히 한 셈이다.

북한의 이번 입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진단한 '우크라 사태' 원인과도 상당부분 비슷하다. 앞서 이 후보는 전날 대선 TV토론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정치경력 6개월의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가 가입을 해주려 하지 않는데도 가입을 공언하고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은 충돌했죠라"고 주장한 바 있다.

리 연구사는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냉전식 사고방식과 편 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하여 국제관계 구도는 새로운 냉전의 구도로 변해가고 있으며 세계도처의 열점 지역들에서는 정치 군사 정세가 날로 긴장해지고 새로운 난문제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면서 미국을 비난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안전을 기원하는 공동기도회에서 한 우크라이나 교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안전을 기원하는 공동기도회에서 한 우크라이나 교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과거 나토의 구 유고슬라비아 공습과 미국의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거론하며 "미국과 서방이 패권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실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내정간섭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정의로운 것으로 미화분식하면서도 다른 나라들이 자기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취하는 자위적 조치들은 도발로 무턱대고 몰아대는 것이 바로 미국식 오만성과 이중기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 연구사는 이어 "오늘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국제평화와 안정의 근간을 허물고 있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강권과 전횡"이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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