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3·1절 기념사에서 김대중 정부를 '첫 민주 정부'라고 규정하자 야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이 문민정부(김영삼 정부)를 '패싱'하며 역사왜곡·편 가르기를 한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3·1절 103주년 기념식에서 "첫 민주 정부였던 김대중 정부는 자신감을 가지고 일본 문화를 개방했다"며 "우리 문화예술은 다양함 속에서 힘을 키웠고 오히려 일본 문화를 압도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 문화예술을 발전시킨 힘은 단연코 민주주의"라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은 역대 민주 정부가 세운 확고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사건과 맞물려, 김대중 정부를 시작으로 한 '역대 민주 정부'가 문화예술인들의 자유를 보장해 성과로 이어졌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자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 기념사를 정면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일본의 반성 없는 태도와 역사왜곡에 당당히 목소리를 내야 할 3·1절이지만 대통령이 되레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며 문 대통령이 '첫 민주 정부였던 김대중 정부'라는 발언을 겨냥했다.
이어 그는 "문 대통령이 평생 민주화에 몸을 바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업적을 모를 리 만무한데, 각종 개혁을 통해 자유와 민주주의의 기치를 바로 세운 문민정부를 의도적으로 패싱한 저의가 무엇인가"라며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뿌리를 두는 문민정부를 애써 무시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임기 마지막 3·1절까지도 지긋지긋한 편 가르기로 국민분열을 야기하려 함인가"라고 따졌다.
또한 "3·1절에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라기엔 믿기 어려운 매우 부적절한 인식이고 선거 개입 의도마저 엿보인다"며 "왜 매번 이 정권은 광복절, 3·1절 등 역사적 의미가 있는 날마다 편 가르기와 역사왜곡으로 논란을 자초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번 기념사에서 '민주주의', '민주공화국' 등 '민주'가 들어가는 단어를 모두 18번이나 사용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내비친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의 약칭인 '민주당'과 유사한 단어가 많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는 '민주'가 들어가는 단어는 모두 세 번 나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측은 문재인 정부를 '3기 민주 정부'라 칭한다. 국민의 정부가 1기, 참여정부가 2기라는 주장이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단독] 국민의힘, '보수의 심장' 대구서 장외투쟁 첫 시작하나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