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주는 李대통령이 부리고…" 이학재, 지선 앞두고 확 떴다? [금주의 정치舌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재명 대통령,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연합뉴스

역대 정부 처음으로 '생중계 방식'을 도입한 정부 부처 업무보고가 취지와 달리 야권 인사의 인지도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이른바 '책갈피 외화 반출' 대책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 질타를 받았지만, 정치권에선 오히려 존재감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리면 때릴수록' 존재감만 커지는 아이러니한 형국이다.

◆지지 않는 이학재, 또 때리는 이재명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당시 인천공항 보안·관세 당국에 책 속에 100달러 지폐를 끼워 들고 나가는 방식의 밀반출 사례를 언급하며 대책을 따져 물었다. 이에 이 사장이 "저희는 주로 유해 물질을 검색한다. 업무 소관은 다르지만 저희가 그런 것을 이번에도 적발해 세관에 넘겼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참 말이 길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의 입에서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는 것 같다", "써준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지 않느냐"는 불호령까지 떨어지자 야권에서는 '야당 출신 기관장 길들이기'라는 비판도 일었다. 실제 이 사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국민의힘 3선 의원이다. 임기는 내년 6월까지며,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의 후보군에 들어가 있다.

이대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이 사장은 이틀 뒤인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박했다. 이 사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불법 외화 반출(적발)은 세관의 업무"라며 "걱정스러운 것은 그 일(대통령의 질문)로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대통령이 해법으로 제시한 100% 수하물 개장 검색을 하면 공항이 마비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 역시 17일 산업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이 사장을 겨냥해 "명예와 혜택은 다 누리면서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건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고 저격했다. 이 사장은 또다시 SNS를 통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외환불법반출 관련 법적 권한과 책임이 없어 MOU를 체결해 관세청 업무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라며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보고를 해 줄 것을 국정최고책임자의 참모들께 당부드린다"고 반박했다.

◆"그런 사람은 그만둬야죠"…이학재 연일 압박하는 여권

'책갈피 달러' 공방이 연일 이어지자 여권은 일제히 이 사장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무능한 버티기로 시간을 끌지 말고, 대통령 발언 왜곡과 업무 파악 부족의 무능력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책임질 의지와 역량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업무보고 이후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한 데 대해 "대통령이 마치 실행 불가능한 지시를 한 것처럼 국민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며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라는 행정적 지시에 대해 대통령이 범죄를 가르쳤다는 식으로 왜곡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발언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호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득구 의원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지난 17일 오전 채널A 라디오에 출연해 "한 기관을 이끌어가는 대표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 대통령 질문에 대한 방향, 그리고 고민 없이 말하는 모습 등이 참 심각했다"며 "그런 사람(이학재 사장)은 그만 둬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부처 업무보고 생중계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이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하는 한편, 이 사장을 겨냥한 듯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8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간혹 정치적 입지를 쌓기 위해 '탄압의 서사'를 만들고 싶은 분이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될 때도 있다"고 했다.

◆때릴수록 커진 이학재 존재감…'생중계 국정' 부담 커지나

이 대통령의 공개 질타, 여권의 압박 강도가 커질수록 오히려 이 사장의 인지도는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트렌드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이후 이 사장에 대한 검색량은 폭증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내년 인천시장 선거에 이 사장이 출마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 힘 대표는 지난 17일 SNS에 이 사장을 공개 지지하는 발언을 남겨 이목을 끌었다. 한 전 대표는 "며칠 전에 이어 오늘도 이 대통령이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트집 잡고 공격해 그만두게 하려 하고 있다"며 "이학재 사장이 국민을 위해 소임을 다하도록 응원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선 생중계 업무보고 형식이 '정치적 충돌'로 비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 조율 없는 즉석 질문과 공개 지적이 반복되면서 소모적인 논란만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통령과 이 사장의 공개 설전이 대표적인 사례로, 업무보고 내용보다 공방이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 "탈모는 생존의 문제" 등의 발언도 생중계 과정에서 여과 없이 노출됐다.

한편 생중계 업무보고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에도 정부는 '정면 돌파'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소위 (재래식 언론이)게이트키핑 역할을 하면서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고, 아닌 건 가리고, 필요하면 많이 왜곡하고, 국민이 그것밖에 못 보니까 많이 휘둘리죠"라며 "지금은 실시간으로 보고 있지 않냐"고 밝혔다.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충북 청주에서 당원 교육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계엄 해제 표결에 대한 책임을 언급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iM금융그룹은 19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강정훈 iM뱅크 부행장을 최고경영자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강정훈 후보는 1969년생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 지도자가 훈련용 사격 실탄 2만발을 무단으로 유출한 사실이 밝혀져, 해당 인물은 현재 구속되어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