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누군가가 자꾸 자신을 꺼내달라고 울부짖습니다. 그 부름이, 손짓이 너무 절박해서 메아리로만 놔둘 수가 없죠. 끄집어내주길 원하는 것들, 그것들이 곧 내 분신이 아닐까요."
꼭 어린아이가 머릿 속 상상의 지도를 펼쳐놓은 것만 같다. 알 수 없는 문자와 그림들이 빼곡하게 캔버스를 채운다. 가까이서 볼수록, 독특하고 다채로운 그림의 향연에 감탄이 쏟아진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해온 이상용 작가는 시기별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며 방대한 작업을 해왔다.
그를 10년여 간 지켜봐온 전병화 갤러리전 대표는 "작업실에 쌓인 작품이 1만여 점은 될 듯하다. 작업실에 방문했던 작가 중 가장 많은 양이었던 것 같다. 작품양도 양이지만, 시기별로 다양한 시리즈와 조각, 설치물 등 다양한 작품을 보는 재미가 있다"며 "정말 치열하게 쌓아가는, 시간집약적 작업이다. 평생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는 그의 말은 곧 작업으로 증명된다"고 했다.

이 작가는 "주변에서 뭘 이렇게 많이 그리냐, 쉬엄쉬엄 해라, 판매가 잘되는 작품에 집중해라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어디선가 자꾸 끄집어내달라고 하는 것들에 귀기울이는 게 끊임없는 작업의 원동력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산다는 것이, 기쁨보다 고통이 더 클 수 있다. 모두들 잠깐의 행복을 위해 고통을 감수하고 사는 것"이라며 "작가는 일반인들보다 그 고통에 깊이 주목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고통에 세게 부딪침으로써, 더 빛나는 행복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목)까지 갤러리전(수성구 달구벌대로 2811)에서는 그의 대구 첫 개인전이 열린다. 새롭게 리뉴얼한 갤러리전 2, 3층 공간에서 'intuitum' 시리즈 외에도 악보, 인물시리즈 작품 4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작가는 "미술 역사가 깊고 활동력있는 대구에서 전시를 열게 돼 뜻깊다. 더 정성들여 전시를 준비했다"며 "잘 가꿔진 집 정원도 좋지만, 들판의 꽃이 되고 싶다. 좋은 집, 좋은 장소에만 내걸리기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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