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늦은 오후 시간대에 이뤄진 20대 대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격리자 대상 사전투표에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부실 관리 사례가 잇따라 터지며 '부정선거'라는 키워드까지 유권자들로부터 언급되는 가운데,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선거 관리 수뇌부의 기대에 못 미치는 언행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우선 김세환 선관위 사무총장의 '언행'이 문제가 됐다.
전국 곳곳에서 부실 관리 사례가 잇따르자 국민의힘은 5일 오후 10시쯤 경기 과천 소재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 김세환 사무총장에게 관련 질문을 하고 답을 들었다.
그런데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항의 방문 후인 6일 오전 0시 42분쯤 페이스북으로 공개한 김세환 사무총장과의 문답 내용을 보면, 김세환 사무총장은 "공직선거법 158조에 의해 사전선거의 경우 현장에서 투표용지를 출력하는데 왜 투표용지들이 발견됐는가"라는 질문에는 "확진자들이 직접 투표함에 넣겠다고 난동을 부리다 인쇄된 투표용지를 두고 간 것 같다"고 했고, 이에 "공직선거법을 지키라고 한 국민을 보고 난동이라고 표현했느냐"고 의원들이 재차 묻자 김세환 총장은 "그렇다"고 했다. 이를 두고는 부실 관리로 선거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게 되자 항의한 유권자들 향해 '난동'이란 표현을 쓴 점이 논란이 됐다.
또 "국민들이 걱정하는데 뭐라고 설명하나"라고 했더니 김세환 사무총장은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이 파악한대로 설명하라.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설명한다"고 했는데, 이 설명은 당일이 아닌 다음날(6일)에야 이뤄졌다.
중앙선관위는 6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불편을 드려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며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할 만큼 높은 참여 열기와 투표관리인력 및 투표소 시설의 제약 등으로 인하여 확진 선거인의 사전투표관리에 미흡함이 있었다"고 이유를 들었다. 아울러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하여 절대 부정의 소지는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입장문은 국민들의 불신 가득한 시선을 좀처럼 해소하지 못했고, 최근 일 20만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며 부쩍 늘어난 확진·격리 유권자를 수용할 수 있는 투표소 시설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고 시인하는 꼴이 됐다.
중앙선관위의 이같은 준비 부족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사전투표 부실 논란 관련 현안보고에서도 이어졌다. 선관위가 사전투표 부실 관리 및 후속 대책과 관련한 별도 보고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입'으로만 보고한 것.
이날 현안보고를 주최한 행안위 야당 간사인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료도 없이 구두로 보고하느냐. 지금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다. 최소한 기초 자료는 들고 와야지"라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서영교 행안위원장도 "그렇죠"라고 동의했다.
이에 대해 김재원 선관위 선거국장은 "(본 투표 확진자 선거 관리 관련)도출된 두 가지 방안을 먼저 (구두로)설명해 드리겠다"며 진땀을 뺐다.
▶선관위의 후속 조치 일정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국회에서 박찬진 선관위 사무차장은 "의원님들이 오늘 말씀하신 것을 100% 수용한다"며 "조금 늦었지만, 중앙선관위에서 시·도 위원회 실무자들 의견을 한 번 더 들어 수렴했고, (확진자·격리자 투표 관련)2안을 만들어 내일 10시 긴급위원회를 소집했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내일 긴급위원회 소집'이라는 말이 국민들의 시선을 끌었다.
즉, '긴급' 회의를 당장이 아닌 다음날 연다는 취지의 언급을 두고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뉴스 댓글 등에서는 "긴급과 내일이 어울리는 단어인가?" "오늘이 휴일인 일요일이라서 회의를 못 하고 출근하는 월요일이 돼야 회의를 할 수 있다는 말이냐?" "우리 회사도 월요일 오전마다 회의를 하는데, 일요일에 카톡 단체 채팅방에 '내일 긴급회의 하자'고 얘기하면 되겠다" "본 투표일(3월 9일)이 불과 사흘 남았는데 너무 안일하다" "선관위가 제일 철밥통이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함께 주목된 것은 이번 대선 관리 수장인 노정희 선관위원장의 행적이었다.
김세환 사무총장 등 다른 실무진들과는 달리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대법관인 노정희 위원장은 사태가 발생한 5일 선관위에 출근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저녁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 방문을 했을 당시 마주한 건 총책임자인 노정희 위원장이 아니라 김세환 사무총장이었던 것. 노정희 위원장은 '사고'가 터진 다음 날인 6일엔 선관위에 출근해 상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재까지 김세환 사무총장을 비롯한 실무진이 얼굴을 드러내고 해명과 후속 조치 등 입장을 밝혔지만, 노정희 위원장의 얼굴은 물론 언급조차 국민들은 보고 또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6일 오후 유감 입장을 청와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날 선관위가 낸 입장문은 노정희 위원장이 아닌 선관위 명의였다.
노정희 위원장은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뒀던 지난 2월 14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 바 있다. 이때는 직접 나서 당시 베이징 동계올림픽 우리나라 컬링 경기 중계를 잠시 끊은 지상파 방송 등을 통해 "빈틈없이 준비하고 선거 참여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반대로 곤란한 처지에 놓인 이번엔 노출 자체를 삼가고 있어 전혀 딴판인 모습이다.
노정희 위원장에 대해서는 6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도 내일인 7일 오전 노정희 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및 유기·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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