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삼척 산불] 산불진화대원 김용운 씨 "나무 한 그루 더 살려야죠"

14명 한 팀 오전 5시에 투입…고압분무기·갈쿠리·음식물
뜨거운 현장에서 잔불 정리…간수시설·차도 확보가 필수

김용운 산불진화대원. 이상원 기자
김용운 산불진화대원. 이상원 기자

"소중한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살려야 합니다."

울진 산불 현장에 투입돼 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산림청 영덕국유림 소속 산불진화대원 김용운 대원의 절박한 각오다.

김 대원은 지난 5일 산불 현장에 투입돼 지금까지 첫 발화지인 울진군 북면을 비롯해 울진지역 산불 현장에 들어가 확산을 막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7일 소광리와 인접한 울진읍 대흥리 산불 현장에서 만난 그는 오전 5시에 투입돼 1차 진화작업을 마치고 빵으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 있었다. 김 대원은 14명과 한 팀이 돼 움직이고 있었다.

하루 시작은 오전 5시부터 투입돼 밤 9시까지 이어지는 고된 작업의 연속. 고압분무기와 갈쿠리, 등짐펌프, 간단한 음식물이 담긴 장비를 들춰 메고 산불지역 500고지까지 올라가 방화선을 구축한 뒤 잔불을 진화하는 것이 주 임무다.

산불헬기가 다량의 물로 웃불(큰불)을 잡는데 주력한다면 산불진화대원들은 그야말로 산불이 타오르는 지상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마지막 불씨까지 잡아 마무리 하는 것이다.

김 대원은 "산불 진화의 핵심은 '간수시설'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진다"고 했다.

간수시설은 산지에서 불을 끌 수 있는 물을 뜰 수 있는 시설을 말하는데 계곡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인위적이라도 간수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산불을 진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수목이 울창한 산일수록 간수시설과 진화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차도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산불진화에는 위험도 늘 뒤따른다. 대부분 가파른 비탈길을 가로질러 오르고, 잔돌이 많아 미끄러져 부상을 당할 수 있는데다 불씨가 어디서 어떻게 날아와 덮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팀원들과 진화작업을 벌이다 발을 잘못 디뎌 비탈길 아래로 굴러 떨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김 대원은 "사고 순간은 비일비재로 일어난다"면서 "어떤 때는 연기로 앞이 보이지 않아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도 있지만 우리 대원들은 산불진화의 마지막 첨병이라는 각오로 불과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 순간에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가꿔온 산림이 잿더미로 변하는 것이 산불이며, 이는 대부분 인간에 의한 부주의로 발생하는 것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불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든지 달려간다는 그는 "우리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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