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차부품기업 A사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모스크바~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노선 운행이 지난달 말부터 중단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2020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해상 물류비가 치솟자 중간 유통비를 줄이려 러시아를 통한 육로 운송을 택했는데, 철도 운행이 중단되면서 이도 저도 못하게 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최근 항공과 해운운임이 고공 행진하는 탓에 물류비를 아끼고자 러시아 TSR을 통해 유럽까지 화물을 옮겼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제때 납품하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 크다"고 호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3일째 이어지면서 공급망이 붕괴돼 대구 수출기업의 피해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에는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급해 부품을 만들어 고객사에 납품하는 중소 규모의 기업이 많은 탓에 전쟁이 장기화하면 연쇄적인 타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 운영하는 수출 피해창구에는 이날 기준 전쟁 관련 지역기업 애로사항 12건이 접수됐다.
러시아 현지 고객사와 수출계약을 맺었는데 대금을 미처 받지 못한 경우 등 대금결제 문의가 7건으로 가장 많았다. 공급망 붕괴에 따른 물류 차질 문의가 3건으로 뒤를 이었다. 올해 러시아로 수출을 확대하려고 한 계획이 무산된 데 따른 고충 등 기타 문의도 2건 접수됐다.
대구 중소 제조업체 B사는 최근 물건을 선적해 러시아로 보냈는데 항만에 하역이 어려워지면서 수출품이 그대로 묶여버렸다.
B사 관계자는 "다시 반송하게 되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면서 "일단 급한 대로 예정 항만이 아닌 러시아 서안에 물건을 내려놓고 물건을 사줄 바이어를 즉석에서 구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납품 시기를 놓친 대구 기업들은 국내 대기업 등 관계사와도 갈등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당장 큰 분쟁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을 묻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협 대경본부 관계자는 "기업은 당분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잠잠해질 때까지 바라만 보는 수밖에 없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기업은 송금과 신규거래를 자제하고, 주변국을 대상으로 거래할 때도 수출보험을 꼭 활용해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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