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성공한 대통령이 없나?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제20대 대선 당락이 결정된 후 윤석열 당선인이 이재명 후보에게 위로 전화를 냈다. 이에 이 후보는 윤 당선인에게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는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는 말을 흔히 한다. 역대 집권 세력 중에도 '자신들이 성공한 첫 정부가 되겠다'는 식으로 말한 사람들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에 한국은 드물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나라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깨끗하고 안전한 나라, 열린 마음과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겸비한 청년들…. 세계 각국이 한국을 '성공한 나라'로 인정한다. 우리 스스로도 '성공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국가와 국민은 성공했는데, 성공한 대통령은 없다니?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E.H 카)는 자신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역사적 사실과 역사학자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밝혔다. 역사란 '과거의 사실 자체인 동시에 그 과거 사실을 후대가 끊임없이 평가하는 과정'이라는 말이다.

위인(偉人)은 역사의 산물인 동시에 어떤 시대정신과 해당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대표 또는 상징한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성공했다면 성공을 이루어낸 국민이 있고, 그 국민을 대표하는 성공한 지도자가 있기 마련이다.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 영웅적 지도자들이 있었다. 다만 작은 꼬투리를 잡아 영웅적 업적을 달성한 대통령들을 모두 '폐위'해 버렸을 뿐이다. 역사학자 E.H 카의 말대로 '후대가 과거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과정'에서 '성공한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간주해 버린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 달성 이후 집권한 대통령들과 측근 정치인들, 또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런 인식을 광범위하게 퍼뜨렸다.

옥(玉)에 티가 있다고 그것이 옥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선배 세대의 성취를 깎아내린다고 자신이 빛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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