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수성못 상공 날아오른 헬기…조류 배설물 범벅 '둥지섬'을 구하라

텃새화에 물새 개체수 늘고 겨울 가뭄까지 겹쳐
나뭇잎은 물론 하부 토양까지 배설물 범벅
수성구청 "살수세척, 토양 중화, 조류기피제 설치 등"

15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 산불진화 헬기가 조류 배설물로 하얗게 변해버린 수성못 둥지섬 청소를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5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 산불진화 헬기가 조류 배설물로 하얗게 변해버린 수성못 둥지섬 청소를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5일 오후 2시 대구 수성못 상공에 굉음과 함께 헬기가 접근했다. 헬기는 수성못에서 퍼올린 물을 '둥지섬'에 한바탕 쏟아부었다. 수십 마리의 물새들이 울음소리와 함께 혼비백산했다. 곧이어 살수차와 연결된 호스를 짊어진 작업자들이 수목 아래쪽부터 물을 뿌리며 하얗게 굳은 배설물을 씻어내렸다.

대구 수성못의 자그마한 인공 둥지섬에 물새 배설물이 쌓이며 수목이 고사 위기에 놓이자 수성구청이 생육환경 개선에 나섰다. 배설물을 씻어내고 토양을 중화하는 동시에 조류기피제를 설치해 개체수 조절을 한다는 계획이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둥지섬은 1920년대 수성못 축조 당시 못 동편에 직경 40~50m 남짓 크기의 원형으로 만들어졌다. 1998년부터 해오라기와 왜가리 등 철새 30여마리가 날아들기 시작하면서 물새들의 안식처로 자리잡았다. 현재는 백로, 왜가리, 가마우지 등 수백마리 물새들의 쉼터가 됐다.

문제는 최근 수년간 급격히 높아진 조류 서식 밀도와 배설물 누적이다. 나무와 토양이 하얗게 변색되고 일부는 고사하는 문제까지 나타났다. 특히 올봄을 앞두고 대구에 3개월 가까이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 극심한 겨울가뭄이 겹치면서 문제가 더욱 도드라졌다.

15일 오후 2시 수성구청 관계자들이 대구 수성못
15일 오후 2시 수성구청 관계자들이 대구 수성못 '둥지섬'에 접근하고 있다. 이들은 살수차와 연결된 호스를 통해 수목과 토양에 쌓인 조류 배설물을 씻어 내렸다. 김윤기 기자.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철새의 '텃새화'와 풍부한 먹이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수성못을 찾는 민물가마우지 개체수가 늘어난 것도 변수가 됐다. 육식성의 민물가마우지는 식사 및 배설량이 많고 왜가리와 함께 배설물의 산성이 강한 종이다.

수성구청은 나무가 고사해 둥지섬이 '폐허'로 변하는 상황은 막기 위해 살수세척 등 후속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둥지섬을 보금자리로 활용하고 있는 물새들이 불편을 겪겠지만 쉼터로서 제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이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나빠진 생육환경으로 약해진 나무에 영양제 형태의 '수관주사'를 놓고 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조류기피제를 설치할 방침이다. 누적된 배설물로 인해 급격히 산성화된 토양 중화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은 "팔현습지 등 금호강 일대, 범어배수지, 가창댐 등 서식지를 잇는 이동 구간에 수성못과 둥지섬이 있다. 주변에서 대체 서식지를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피제는 새들이 시간을 두고 적응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5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 산불진화 헬기가 조류 배설물로 하얗게 변해버린 수성못 둥지섬 청소를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5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 산불진화 헬기가 조류 배설물로 하얗게 변해버린 수성못 둥지섬 청소를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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