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에 걸린 글귀가 조롱의 대상이 된 적이 여러 번이다. 대표적인 것이 비서실에 걸린 춘풍추상(春風秋霜)이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의 줄임말로 남에게는 부드럽게, 자신에게는 엄격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정권 인사들은 거꾸로였다.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했다.
대통령 집무실인 여민관에 걸린 서산대사의 한시 역시 같은 신세가 됐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 내리는 벌판 한가운데를 걸을 때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걸어간 이 발자국들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한시다.
5년 임기 내내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사람들은 눈밭을 어지럽게 걸어갔다. 이념에 취해서 지지 진영만을 바라보면서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정표가 되기는커녕 배가 어디로 가는지조차 몰랐다. 그러는 동안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고통을 당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 대통령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여 화제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으로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 재개를 즉시 추진하고,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임명하지 않은 청와대 특별감찰관도 재가동하기로 했다. 특별감찰관을 부활시켜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오찬이 무산된 날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참모들과 '김치찌개 오찬'을 했다. 윤 당선인은 '혼밥(혼자 밥먹는 것)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지키고 있다. 혼밥 논란을 샀던 문 대통령과 대비되는 행보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과 반대로 하는 것이 비정상의 정상화인 경우가 많아서다. 청와대에 걸린 글귀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 글귀와 반대되는 길을 걸은 사람들이 문제다. 윤 당선인이 취임 후 집무실에 어떤 글귀를 걸지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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