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꼼수 준공'으로 흉물로 전락한 기계식 주차장…주차‧교통난으로 이어져

건축 허가만을 위해 형식적으로 설치된 기계식 주차장
주차장 기능 상실…"주차된 걸 본 적 없다"
북구청 "시정명령부터 철거 등 다양한 조치 검토하겠다"

21일 오후 대구 북구 사수동의 한 상가밀집지역에 설치된 기계식 주차장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1일 오후 대구 북구 사수동의 한 상가밀집지역에 설치된 기계식 주차장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지난 20일 찾은 대구 북구 사수동 한 상가 밀집 지역. 상가 건물 5곳 뒤편에 각각 8면 규모의 기계식 주차장 5곳이 설치돼 있었지만 주차 작동 스위치 전원이 모두 켜지지 않았다.

상가를 방문한 차량은 대부분 1층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인근 왕복 2차선 이면도로에는 10여 대의 차들이 양옆으로 주정차 중이었다. 차량 교행이 어려워 보였다.

이곳 건물들은 구청의 준공 승인을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기계식 주차장을 설치했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준공 이후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아 오히려 인근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도심 흉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차장법에 따르면 건축물 허가를 받기 위해선 주차 수요에 따른 부설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일반 상가와 같은 제1‧2종 근린생활시설은 시설 면적 200㎡(대구시 150㎡)당 1개의 주차면이 요구된다.

문제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기계식 주차장으로 법정 주차 대수를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땅값이 비쌀수록 토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기계식 주차장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 북구 사수동 한 상가 밀집 지역. 기계식 주차장 5곳이 설치됐으나 전원이 켜지지 않고, 입구엔 차량들이 상시 주차돼 있었다. 주민들은 해당 기계식 주차장이 설치된 2016년 말부터 주차장 기능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재환 기자
대구 북구 사수동 한 상가 밀집 지역. 기계식 주차장 5곳이 설치됐으나 전원이 켜지지 않고, 입구엔 차량들이 상시 주차돼 있었다. 주민들은 해당 기계식 주차장이 설치된 2016년 말부터 주차장 기능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재환 기자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에 준공된 5층 규모의 사수동 상가 건물 5곳은 시설 면적에 따라 요구된 9~11개의 주차면을 모두 갖추긴 했지만, 5곳 모두 기계식 주차장 8면을 설치했다. 5곳의 일반 자주식 주차장은 각각 1~3면에 그쳤다.

사수동 주민 A(42) 씨는 "설치됐던 시점부터 꾸준히 이곳을 오갔지만 한 번도 기계식 주차장에 차량이 주차된 걸 본 적이 없다"며 "주차장에 가야 할 차들이 도로에 나와 있어 차량 통행도 어렵다"고 말했다.

기계식 주차장이 설치된 건물에서 장사하는 B씨도 "손님들 가운데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했다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며 "임대 수익에 급급한 사람들이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한 꼼수로 만들어놓고 사용은 '나몰라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기계식 주차장 등 부설주차장은 이용하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주차장 본래의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지자체는 시설물의 소유자 또는 책임자에게 원상회복명령을 전달해야 하고, 미이행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북구청은 해당 기계식 주차장들이 준공된 2016년 이래 원상회복명령을 내린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북구청은 지금이라도 시정명령부터 주차장 철거 등 조치를 다방면으로 취하겠다고 말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사수동 기계식 주차장들은 법정 주차 대수를 채우기 위해 보여주기식으로 설치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이용 가능한 구조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원상회복명령을 내릴지 기계식을 철거하고 자주식 주차장으로 만들 것인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건물주들에게 통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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