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수도권 등으로 장거리 운행을 하는 화물차 기사 박모(50) 씨는 최근 한 달 새 유류비 부담이 150만원 더 늘었다고 했다. 박 씨 같은 개인 화물기사는 운임 등에서 나오는 매출에서 유류비·통행료·식사비·주선료·보험료 등을 뺀 금액을 순수익으로 가져간다. 작년엔 매출에서 유류비 비중이 40%가량이었다면 지금은 70%까지 높아졌다. 박 씨는 "매출은 조금 뛰었는데 유류비가 크게 오르며 심각해졌다"며 "화물기사는 일을 더 많이 할수록 더 적게 가져가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1t 트럭 화물기사 류모(52) 씨는 1년 사이 기름값이 7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2배나 늘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류 씨는 "장거리 운행을 하면 마진율이 적어지는 탓에 지역권 내 단거리 운행만 하려고 하는 움직임도 보인다"며 "요소수 대란이 끝난 지 몇 달이 채 되지 않는데 이번엔 기름값이 말썽"이라고 말했다.
경유 가격이 휘발윳값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화물기사 등 업자들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가파르게 뛰었다. 특히 휘발유보다 ℓ당 200원가량 저렴했던 경유의 가격은 최근 휘발윳값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통되고 있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류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대구 지역 경유 가격은 ℓ당 1천898.9원에 거래됐다. 휘발윳값(1천987.5원)과 불과 88.6원 차이가 난다. 지역 평균보다 경유를 더 비싸게 팔고 있는 A주유소와 휘발유를 더 싸게 팔고 있는 B주유소를 각각 비교하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유류세 인하율(20%)을 똑같이 적용하면서 유류세가 더 많이 붙는 휘발유의 가격 인하 효과가 경유보다 더 크게 나타난 영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2일 시행된 유류세 인하 조치로 휘발유와 경우 가격은 각각 ℓ당 164원, 116원씩 내렸다. 이 두 유류의 인하폭 차이는 48원인데, 휘발유가 경유보다 더 큰 인하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경유 의존도가 높은 화물·택배 차량 등 업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당분간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만큼 유가보조금 추가 지급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휘발유가 더 큰 혜택을 보게 되는 만큼 경유에 꼭 맞는 대책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구의 한 전세버스 회사 관계자는 "최근 경유값 인상으로 버스 한 대당 기름값이 50만원씩 더 들어 회사를 운영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비용을 고객사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요소수 사태도 아직 완전히 안정화되지 않았는데 회사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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