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을 노예가 뒤따르며 외친 말이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당신도 언젠가 죽음을 당한 적들처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으니 두려워하고 겸손하라는 뜻이었다. 권력에 취해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거나 교만해지지 않도록 한 '메멘토 모리' 정신 덕분에 로마는 오랜 기간 융성했다.
이스라엘 다윗 왕의 반지에 새겨진 글귀도 '메멘토 모리'와 맞닿아 있다. 전쟁에서 승리한 다윗 왕은 환희를 주체 못 할 때 그것을 제어할 만한 글귀, 또한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문구를 반지에 새길 것을 명령했다. 아들인 솔로몬이 부왕의 반지에 새긴 문구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겐 힘이 되는 말이자 권력에 취한 자들에겐 경고이기도 했다.
퇴임을 한 달여 앞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다. 김 여사의 의상 등을 둘러싼 논란에 문 대통령의 사저 문제까지 터져 나왔다. "부동산 투기를 통해선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했던 문 대통령이 사저 매각을 통해 17억 원에 이르는 차익을 거뒀다. 사저 매매 및 김 여사가 지인으로부터 11억 원을 빌리고 갚은 과정도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메멘토 모리' 정신과 권력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 주변에 '메멘토 모리'를 외치거나 권력의 덧없음을 일깨워 주는 인사들 대신 아첨과 호가호위하는 인사들만 넘쳐난 것도 작금의 사태를 불러왔다.
청와대에 특별감찰관이라도 뒀더라면 하고 문 대통령이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수석비서관급 이상 공무원을 감찰하는 독립적 기구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5년 내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아 제도 자체를 사장시켰다. 특별감찰관이 공석인 동안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조국 일가 비리 사건 등 청와대 연루 의혹들은 쌓여만 갔다.
박근혜 정권이 왜 무너졌는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문 대통령이다. 우리 대통령들은 앞선 대통령들을 타산지석, 반면교사로 삼지 못해 곤경에 처하는 잘못을 언제까지 계속 되풀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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