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시아 전쟁發 물가 급등…급식카드 가맹점·복지관 "재룟값 때문에 양 줄여"

통계청 3월 소비자물가 동향, 10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4%
복지관은 재료 납품하는 도·소매 업체와 갈등, 저렴한 제품 들어오기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0년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0년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러시아 전쟁에 물가가 급등하면서 취약계층의 끼니를 챙기는 아동급식 가맹점, 복지관 등의 한숨이 늘고 있다. 아동과 노인에게 질 좋은 재료로 끼니를 제공하고 싶지만 한정된 예산에 높아진 재룟값을 부담하기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지난 5일 통계청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치솟았다. 통계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표적인 생활물가인 외식 물가와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4.1% 상승한 데 이어 이달 외식 물가폭은 6.6%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월 이후 23년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가공식품 물가도 줄줄이 올랐다. 소금, 밀가루, 간장 등 식자재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6.4% 대폭 상승했다.

때아닌 물가상승에 취약계층의 끼니를 담당하는 이들의 고충이 덩달아 늘었다. 재룟값 부담이 크지만 예산이나 수입이 많지 않다 보니 당장 취약계층의 밥상의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식아동에게 끼니를 제공하는 급식카드 가맹점은 재룟값 상승에 가격 인상을 고민하다가도 급식 아동들을 생각해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대구의 한 분식집 사장은 "급식카드 한 끼 단가가 지난해 5천원에서 올해 7천원으로 향상돼 올 2월에 음식 가격을 소폭 올렸다"며 "하지만 최근 식자재값이 오르면서 재료 구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직접 재료를 구입해 음식을 조리하는 지역아동센터의 고충은 더 크다. 아동 1인당 7천원을 지원받지만 비싼 물가에 구매할 수 있는 과일, 야채 등이 줄었다.

수성구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요즘 사과 3개에 1만원이 넘는다. 30명의 아이들에게 제공할 만큼 넉넉하게 구입할 수 없다"며 "하는 수없이 끼니 양을 조금 줄이며 재룟값을 아끼고 있다. 아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고 전했다.

어르신에게 끼니를 제공하는 복지관은 재료 수급 계약을 맺은 도‧소매 업체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물가 상승에 타격이 큰 탓에 도‧소매 업체가 기존 계약 물품이 아닌 저렴한 물품을 납품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달서구의 한 복지관 관계자는 "도‧소매 업체가 재룟값은 상승하는데 돈을 더 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소연한다"며 "계약을 맺은 물품보다 저렴한 제품을 보내줘 되돌려 보낼 때가 많다. 하반기 계약 시엔 어쩔 수 없이 계약금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복지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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