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CTV의 앵커 청레이(成蕾·47)는 호주 국적이지만 중국에서 20여 년간 여성 앵커로 유명세를 떨쳤다.
마오쩌둥의 고향인 후난(湖南)에서 태어난 청레이는 어릴 때 호주로 이민 가서 호주 국적을 취득한 뒤 중국으로 돌아와 앵커로 활동하던 2020년 8월 갑자기 체포·구금됐다가 6개월 후인 지난해 2월 국가 기밀을 해외로 불법 유출한 간첩죄로 체포됐다는 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그녀에 대한 첫 재판이 3월 31일 베이징 지방법원에서 열렸지만 중국은 주중호주대사의 재판 방청도 허용하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했다.
청레이 체포 직전인 2020년 6월 호주안보정보원(ASIO)과 경찰은 샤케 모슬만 뉴사우스웨일스주 하원의원(노동당)의 자택과 사무실을 간첩 혐의로 전격 압수수색했다. 모슬만 의원은 호주 정계에서 유명한 친중(親中) 정치인으로 오래전부터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온 인사였다.
두 사건은 중국과 호주 두 나라 간에 핑퐁 게임처럼 진행되고 있는 간첩 공방이다. 청레이의 드러난 간첩 혐의는 아무것도 없다. 중국에선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들도 간첩 혐의로 체포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나는 게 일상이 됐다.
우리나라에선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소속으로 김정숙 여사의 의상 담당 행정관으로 채용돼 일하고 있는 프랑스 국적의 여성 디자이너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유명 의상 디자이너의 딸로 본인도 디자이너인 양이네스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프랑스 국적자다. 대통령 부인의 의상을 담당하는 비서를 청와대가 임용한 일은 우리나라에선 사상 처음인 데다 국가 안보와 보안을 최우선시하는 청와대 관저에서 외국 국적자가 상시 근무하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이색 풍경이다. 20년 동안 유명세를 떨치던 간판 앵커도 간첩이 되는 세상이다. 청와대 디자이너가 간첩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녀는 프랑스 여권으로 해외 패션쇼에도 참여했다는 등의 겸직 의혹까지 받고 있다.
중국에선 중난하이(中南海) 시진핑 주석 집무실에서 외국인이 일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미국 백악관도 마찬가지다.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었던 김영삼 정부도 감히 하지 못한 청와대 세계화를 이 정부가 실현한 셈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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