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19 속 아이의 무너진 자기조절능력, 디지털 헬스케어로 다잡자

"스스로 계획 세우는 아이 만들기: 자기 조절 능력 증진 습관 프로그램" 결과 발표
코로나19 영향 심각, 전체 참여 아동의 약 13% ADHD 성향, 2.1%가 인지저하
시범 사업 이후 참여 학생의 65% 부주의한 행동 개선, 80%가 집중력 향상
대구시교육청, 교육 분야에서의 디지털 헬스케어 적용의 방향성 제시  

지난 12일 대구시교육청 여민관에서 열린
'뽀미(ForMe)'는 ADHD 환아의 뇌 억제 기능을 기반으로 하는 자기 조절 능력 향상 보조 소프트웨어로, 아동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면서 자기조절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하이 홈페이지 화면 캡쳐

'뽀미(ForMe)'는 ADHD 환아의 뇌 억제 기능을 기반으로 하는 자기 조절 능력 향상 보조 소프트웨어로, 아동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면서 자기조절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하이 홈페이지 화면 캡쳐

학교에서 코를 후비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도 아이에겐 중요한 공부다. 사회성이 발달할수록 아이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들을 배운다. 자기조절을 통해 다양한 규칙을 지키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할수록 아이는 사회의 일원으로 자라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규칙을 배우고 실천할 기회가 줄어든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디지털표적치료제 전문기업 하이(HAII, 이하 하이)는 지난 12일 대구시교육청 여민관에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0개월 간 진행된 '스스로 계획 세우는 아이 만들기: 자기 조절 능력 증진 습관 프로그램' 시범 사업의 결과 발표회를 진행했다.

시교육청과 하이는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교육 현장에 도입된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이 '규칙의 내면화'를 체득할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문제점에 공감했다.

규칙의 내면화란 아이들의 사회성이 발달하면서 자기 조절을 통해 사회가 정해 놓은 일정한 법, 규범, 규칙 등을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며 아이가 학교라는 사회 속에서 자기조절능력을 키우며 규칙의 내면화를 이룰 기회가 줄어들게 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반드시 필요한 아동의 자기조절능력을 기르는 방법을 고심한 끝에,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렇게 기획된 이번 시범 사업은 시교육청 주관으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경북대 의과대학 ▷㈜에스이에이 서울지점(MBI 클리닉 센터) ▷디지털치료제 전문기업 하이가 함께 진행했다.

이번 시범 사업에 대구 내 초등학교 6곳의 1, 2학년 학생 233명이 참여했고, 사업은 크게 두 단계로 구성돼 이뤄졌다.

첫 번째 단계에선 정운선 경북대 의과대학 소아 정신의학과 교수와 ㈜에스이에이 서울지점(MBI 클리닉 센터)이 아동들의 심리 상태를 진단했다.

지난 12일 대구시교육청 여민관에서 열린 '스스로 계획 세우는 아이 만들기: 자기 조절 능력 증진 습관 프로그램' 시범 사업의 결과 발표회에서 아동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정밀 체크한 정운선 경북대 의과대학 소아 정신의학과 교수가 진단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하이 제공

지난해 10월 18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각 학교를 방문해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정신분석 스크리닝 도구(CNT)를 통해 진단을 진행했다. 여기에 같은 해 12월 2~26일까지 거의 한 달 동안은 경북대 의과대학에서 아동들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정밀 체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전체 참여 아동의 약 13% 정도가 ADHD 성향을 가지고 있었고 2.1%가 인지저하 증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교육이 진행되지 못하면서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첫 번째 진단 단계를 주도한 정운선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를 보고 다소 충격을 받았다"며 "아동의 보육을 책임지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시급하게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단계에선 첫 단계 이후 선발된 31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통해 아동의 자기조절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단계에선 경북대 의과대학이 지난해 12월 2일부터 26일까 아동들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정밀 체크가 이뤄졌다. 또한, 지난해 12월 8일부터 올해 2월 20일까지 하이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인 '뽀미(ForMe)'를 활용해 자기조절능력을 함양하는 단계를 진행했다.

뽀미는 ADHD 환아의 뇌 억제 기능을 기반으로 하는 자기 조절 능력 향상 보조 소프트웨어로, 아동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면서 자기조절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뽀미를 각 가정에 설치한 뒤 부모와 아동이 일주일에 실천해야 하는 약속을 정하고, 이를 뽀미와 함께 실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계획을 지키는 습관이 형성되도록 설계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8주 동안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매주 3번의 약속을 지키며 실천한 아동의 비율은 평균 77%, 매일 한 번 이상 뽀미를 사용한 비율은 평균 94%였다.

사소하더라도 자기조절을 통해 약속을 지켜가는 과정은 아동의 자신감과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뽀미를 이용한 아동 중 약 60%가 자신감이 이전보다 향상됐다고 답했다. 또한, 참여 학생 중 65%가 부주의한 행동이 개선됐으며, 80%가 집중력 향상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선 부모들의 스트레스 감소 효과도 확인됐다. 시범 사업에 참여한 아동의 부모들 중 약 77%가 사용 전에 비해 아이와의 관계에서 오는 양육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했고, 65%는 실제 개인이 느끼는 스트레스도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신의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아동의 생활 습관, 공부 습관 형성에 필요한 자기조절능력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반드시 형성해야 하는 능력"이라며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가 아동의 자기조절능력 향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뜻 깊었다"고 했다.

이번 시범 사업을 주관한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 현장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도입해 활용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이번 시범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향후 2학기에는 2천 명이 참여하는 제2차 시범 사업, 2023년에는 시교육청 산하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 1학년이 참여하는 디지털 친구 맺기 사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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