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수출업계, 원자재價 급등에 ‘채산성 악화’ 호소

대구 정밀화학원료, 경북 유연탄·합금철 가격 ↑
전기차, 섬유업, 건설업 업종 망라하고 타격
“무관세, 할당관세 등 범정부적 대책 마련 시급” 한 목소리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무역협회 제공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대구경북 산업계가 채산성 악화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는 주로 화학원료, 경북은 유연탄과 합금철 가격 급등에 직격탄을 맞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기타정밀화학원료 수입액은 1년 전과 비교해 232% 급증했다. 같은 기간 경북의 유연탄 수입단가는 t당 104.4달러에서 326.1달러로 212% 급등했고, 합금철은 t당 1천383.6달러에서 2천33.7달러로 47% 올랐다.

원자재값 급등은 특히 경북 지역에 큰 타격을 줬다.

한국무역협회 대경본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입액이 크고 수출 물량도 많은 경북이 타격을 많이 입었다"며 "경북의 중장비나 기계 업종 등이 합금철, 유연탄 수입단가 급등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밀화학원료는 전기차 배터리에 많이 쓰이는데, 대구지역 업계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대구는 내연기관 차부품에서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에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다.

대구 2차 전지 업계 관계자는 "아직 피부에 와닿는 어려움은 없지만 계속해서 원자재값이 오른다면 피해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오른 정밀화학원료 수입단가를 배터리 판매가격에 포함할 수 없는 경우가 문제"라고 했다.

대구 근간산업인 섬유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염색에 필요한 스팀을 만드는 원료인 석탄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역 섬유업계 관계자는 "석탄 수입단가가 너무 올라 열병합발전소에서 만드는 스팀 단가도 많이 올랐다"며 "주문이 있는데도 앞으로 얼마나 더 원자재값이 오를지 알 수 없어 오더를 쉽게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 또한 원자재값 상승 피해를 겪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강재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딱 두 배 올랐다"며 "발주처가 원자재가 상승분을 반영해주는 경우는 괜찮은데, 그렇지 않으면 일을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돼버렸다"고 했다.

기업들은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채산성 악화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무역협회는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국내 16개 업종별 협회·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18일 서울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의 수출 채산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 무관세 등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석유화학 업계는 정부가 원유·나프타 등 에너지 수입에 무관세 또는 0%의 임시 할당관세를 적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은 "지금도 수출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원'을 다투는 원가절감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모든 가능성을 열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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