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오후 4시 30분, 안심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에서는 사서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소통하는 '책 읽어주는 마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찾아오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독서가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그림책을 매주 3, 4권정도 골라야 한다.
'책 마녀'가 돼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언제나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함께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아이들의 통통 튀는 창의력과 예측하기도 어려운 행동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림책 '우와 신기한 사탕이다'는 신기한 능력이 생기는 요술 사탕을 먹으면서 모험을 떠나는 꿀꿀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5살 꼬마 세인이는 이 책을 읽고는 꿀꿀이가 먹은 요술 사탕을 찾기 위해 동네에 있는 모든 사탕을 먹어보겠다고 외쳤다.
"선생님~ 오늘은 레몬 맛 사탕을 먹었어요. 꿀꿀이처럼 힘이 세진 것 같아요.", "오늘은 하얀색 사탕을 먹었는데, 어제보다 키가 더 커졌어요. 그렇죠?" 세인이는 매일같이 도서관을 찾아와 이렇게 재잘거리곤 했다.
책을 읽고 3주쯤의 시간이 흐르고, 세인이 부모님이 자료실을 찾아왔다. "세인이가 책 마녀 선생님이 읽어준 책 이후로 밥 대신 사탕만 찾아서 곤란했는데, 결국 오늘 이가 아프대서 치과를 다녀왔어요."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달콤한 사탕의 유혹에 빠져버린 세인이 덕분에 사탕만 보면 웃음이 나곤 한다.
'도서관의 비밀'은 주인공 '나'의 시선으로 도서관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범인을 찾아 나서는 그림책이다. 책은 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와 흔적을 쫓아다니고, 끝에는 반전의 즐거움도 선사한다.
자료실 마감한 뒤 책 정리를 하던 어느날, 몇 권의 책 속에서 아이 얼굴이 그려진 그림들이 나왔다. 그날 이후로 여러 권의 책 속에 똑같은 그림들이 발견됐다. 그림의 주인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책 읽어주는 마녀 프로그램에 참여한 6살 정원이었다.
정원이는 도서관의 비밀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동물들이 도서관을 접수해 사람이 도서관에 들어오지 못할까봐 걱정됐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본인이 읽은 그림책에 얼굴을 그려놔 동물들을 쫒아내는 것이었다.
"제가 도서관을 지킬게요"라는 정원이의 눈빛에는 사뭇 진지함마저 감돌았다. 아이가 대출했던 책들을 전부 살펴 숨겨져 있던 그림 모두 돌려주었지만, 어쩌면 아직 찾지 못한 정원이의 얼굴 그림이 책 속에 꽂혀 도서관을 지키고 있을지 모른다.
'책 읽어주는 마녀'를 찾아오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집중하는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그림책 한 권의 힘에 대해 느낄 수 있다. 그림책 속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 아이들이 펼쳐낼 수많은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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