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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대통령 대차대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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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1966년 박정희 대통령이 필리핀을 방문했다. 월남전 참전 7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마닐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박 대통령에게 배정된 호텔 방은 다른 정상들은 물론 미국 국무장관 방보다 작았다. 박 대통령은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으로부터 푸대접을 받았다.

마르코스가 박 대통령을 홀대한 것은 월남전 파병으로 미국 원조를 끌어낸 박 대통령에 대한 견제 때문이었다. 한국이 필리핀에 비해 경제력이 떨어지는 것도 박 대통령에 대한 홀대로 이어졌다. 당시 필리핀의 1인당 국민소득은 269달러였지만 한국은 130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권력에서 물러났을 때엔 한국과 필리핀의 처지가 역전됐다. 박 대통령이 서거한 1979년 한국 국민소득은 1천640달러로 급증했다. 마르코스가 권좌에서 쫓겨난 1986년 필리핀 국민소득은 한국(2천803달러)의 5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지금 필리핀 국민소득은 3천300달러, 한국은 3만5천 달러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두 나라 위상이 뒤바뀐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대통령 역량(力量) 차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통찰력에서 차이가 났다. 한일기본조약을 통해 들여온 자금을 박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산업화의 마중물로 활용했다. 반면 마르코스는 체육관 등 국민 인기를 얻는 데 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이 없었다면 한국전력이 올 1분기 손실액을 1조5천억 원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 단가가 싼 월성 1호기 등 원전 4기를 가동하는 대신 값비싼 LNG 발전으로 대체한 탓에 한전이 1분기에만 1조4천648억 원의 손실이 더 생겼다는 것이다. 한전 손실은 탈원전 피해 가운데 빙산의 일각이다. 탈원전으로 인한 경북 지역 피해액만 29조 원에 육박한다. 원전 수출 좌절, 관련 업체들 피해 등에다 향후 전기요금 인상과 혈세 투입 등 탈원전 피해는 상상조차 어렵다.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국가와 국민이 두고두고 피해를 당하게 된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남긴 공(功)과 과(過)를 따져 대차대조표를 만든다면 대통령들의 업적은 분명하게 갈릴 것이다. 대통령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잘 하기는 더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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