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여 두 아이를 낳고 달려온 지난 29년의 시절이 긴 꿈처럼 느껴집니다. 4남1녀의 아버지이신 저의 시아버님께서 85세의 일기로 먼 길을 가셨습니다.
4남2녀의 장남이기도 하셨던 아버님은 미군부대를 50여년을 근무하시며 대가족의 가장을 하셨습니다. 93년도 비가 많이 오던 현충일날 남산동 경신다방에서 남편과 처음 만났어요. 각자의 어머니를 대동한 맞선을 보는 자리였어요. 남편의 첫인상보다 시어머님이 되실 어머님의 푸근하신 표정이 좋았습니다. 남편과는 선을 본후 만날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지요.
일주일 후 첫 데이트신청이 왔어요. 완전 숙맥이던 저는 '싫어요'라고 대답을 못하고 앞산공원으로 데이트를 갔어요. 산책 후 횟집으로 저를 데려가더니 내리 3시간을 남편의 식구들자랑을 들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만남은 운명이었던지 3개월을 매일매일 만났어요. 또 어떤 날은 복날이라고 시댁에 놀러오신 작은아버님, 작은어머님을 뵙기도 하고요. 따뜻한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들의 결혼식은 정확히 3개월 후 93년 9월5일에 했어요. 남편이 4남1녀의 장남에다 아버님도 장남이시니 집안의 첫 혼사였지요. 24살 어리다면 어린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버님, 어머님의 며느리가 됐습니다. 아버님은 표현을 잘 하시는 편은 아니지만 따뜻하시다는 걸 지금껏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아버지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결혼을 해서 얻었습니다. 어머님도 조용하신 편이라 고부갈등이라는 말은 먼나라이야기였습니다.
아버님은 오랜 부대생활을 정년퇴임하시고 얼마 후 치매진단을 받았습니다. 송현동 저희집에서 2년여를 복지관에 다니시며 지내셨습니다. 결혼 후 처음으로 아버님, 어머님과 같이 지낸 시기입니다. 이후로 요양원생활을 7년정도 하셨네요.

여행이란걸 잘 모르고 지냈던 저희 가족들이 부모님모시고 2009년 9월에 어머님의 칠순기념으로 경주에서 1박2일을 보냈습니다. 그것이 처음으로 간 온가족의 나들이였어요. 그 이후로 해마다 여름이면 남편의 주도하에 포항, 문경, 성주, 덕유산, 상주 등 부모님 모시고 다녀온 게 그나마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의 위안이 됩니다.
손주들을 끔찍이도 아끼시던 두 분께서 가족모두가 모이면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모습이 좋았습니다. 남편과 저는 장남과 맏며느리지만 힘듦과 고생없이 보호만 받으며 지내온 듯합니다. 7년전 2015년 여름 어머님께서 홀연히 저희곁을 떠나시고 지난 달 4월 따뜻한 봄날에 아버님도 어머님 계신 곳으로 가셨습니다.
아버님은 병원진료받을 때나 뭘 하거나 늘 제걱정이 먼저셨어요. "얼른 가봐라...안 바쁘나, 어떡 가거라 난 괘안타"라며 항상 큰며느리 걱정을 해 주셨지요.
지금 아버님과 다시 하고픈게 있다면 생나물에 밥비벼서 아버님과 맛있게 먹고싶습니다. 관문시장, 서문시장, 봉덕시장에 두 분과 같이 장보러 다니며 먹었던 찹쌀수제비랑 보리밥이 생각납니다.
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셨던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 저에게 주신 큰 사랑 평생간직하며 가족간에 사랑지키며 잘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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