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신이현 지음/ 더숲 펴냄)
"이렇게 더 이상 계속할 수는 없어. 죽을 것 같아.", "농부가 되고 싶어."
프랑스인 엔지니어 남편의 갑작스러운 선언. 한국인 소설가 아내는 "컴퓨터 관련 일을 접고 오랫동안 원하던 일을 하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안락했던 인생에 풍랑이 불어닥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내심 짜증도 났지만 늦깎이 공부까지 하면서 열정을 불태우는 남편의 모습에 고달픔이 훤히 보이는 길을 함께 걷기로 한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농사를 짓는다면 '프랑스가 아닌 한국에서'.
지난 1994년 장편소설 '숨어 있기 좋은 방'으로 문단에 데뷔한 경북 청도 출신의 작가 신이현이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을 출간했다. 프랑스인 남편과 함께 충북 충주시 수안보 온천 인근에 와인 농장을 일구며 생긴 좌충우돌을 담은 에세이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 '내추럴'한 인생을 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272쪽, 1만6천원.

◆간절함은 늙지 않는다(박지영 지음/ 시인동네 펴냄)
1992년 '심상'으로 등단 후 시와 평론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하고 있는 중견 시인 박지영의 다섯 번째 시집. 시인은 일상을 채우는 수많은 마주침의 순간을 포착해 작품으로 빚어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두드러지는 주제는 언어와 글쓰기에 대한 자의식이다.
이러한 시인의 의식은 품사의 하나인 '부사'(副詞)와 사과 품종 중 하나인 '부사'(富士)의 동음 관계를 이용한 시 '부사'나 '밤'과 '밤'(栗)의 동음 관계를 이용한 '밤 까먹는 밤' 등에서 잘 드러난다. 전자의 시에서 시인은 사과 상자에 갇혀 말라가는 사과의 형상을 "형용사는 버리고/ 동사로 누워 있는 부사"로 표현함으로써 언어적 동음 관계 이상의 의미를 발견해내고 있고, 후자에서는 '밤'의 의미를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새로운 의미 형성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128쪽, 9천원.

◆다시, 애썼다 피워내느라(오영희 지음/ 동학사 펴냄)
지난 2013년 국보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것을 계기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오영희의 첫 시집. 1997년부터 시 낭송을 25년간 해왔다는 저자는 '왜 시를 쓰냐'는 물음에 "내 안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는 소리가 어느날 웅얼거리며 하혈하듯 쏟아져 나왔다"고 답한다. '다시, 애썼다 피워내느라'를 꿰뚫고 지나가는 정서는 사랑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유년의 경험을 발견하고 자신의 성찰과 탐색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계속해서 이어진다.
작품 해설을 쓴 나태주 시인은 "시는 정확하게 이것이다, 말하거나 실증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그 자신의 체험과 소망과 감정을 보여주는 글이라고 생각한다"며 "오영희 시인은 인생을 참 아름답고 맑고 곱게 살아온 분으로 보인다. (중략)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많은 독자에게 감동과 호응을 함께 얻으시기를 축원한다"고 말했다. 140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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