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 지방선거를 계기로 대구경북(TK) 지방자치에 '보수 독점'이 더 강해지면서 지방의회가 행정권력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는 '유명무실 의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체장 자리는 물론, 지방의회마저 대부분이 국민의힘 소속 '한솥밥' 당선인들로 채워지면서다.
5일 대구시·경북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막론하고 TK 전역을 통틀어 뽑힌 645석의 선출직 가운데 무려 84.3%에 이르는 544석을 국민의힘 소속 당선인들이 가져갔다. 더불어민주당은 56석, 무소속은 45석에 당선되는 데 그쳤고, 진보정당은 단 한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TK 광역단체장(대구시장·경북도지사) 두 자리를 모두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이철우 당선인이 가져갔고, 기초단체장도 31석 중 28석에서 국민의힘 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나머지 3석은 무소속이다.
시·도의원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했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대구시의원은 32석 중 31석을, 경북도의원은 61석 중 56석을 국민의힘이 장악하게 됐다. 민주당은 대구에서 1석, 경북에서 2석의 비례대표 의석만 힘들게 당선시켰고, 경북은 무소속 도의원 3명이 구색을 맞추는 데 그쳤다.
기초의회마저 압도적인 국민의힘 우위였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대구는 121석 중 92석(76%)을, 경북은 288석 중 225석(78.1%)을 국민의힘이 석권했다. 민주당은 TK를 통틀어 53석, 무소속은 39석의 당선자를 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처럼 TK 광역·기초단체의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을 모두 국민의힘이 틀어쥐면서 당장 의회 고유 권한인 '행정부(시청·도청)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지가 걱정거리로 부상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모두 같은 정당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는 상황에서 집행부의 예산 집행이나 정책 추진에 대해 '감시와 균형'이라는 의회의 존재 목적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일당독점은 집행부 견제와 감시를 어렵게 한다"며 "집행부와 의회를 독점한 국민의힘이 견제와 감시 부실, 정책경쟁 실종, 비리·일탈 의원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 등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참여연대도 "야당이 5석을 가졌던 7대 의회에서는 그나마 견제가 이뤄졌음에도 개혁적 정책이나 의원 징계 등이 다수당 국민의힘에 의해 번번이 무산됐다"며 "이에 비춰볼 때 8대 의회는 일방 독주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원 윤리기구가 시민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개선하고, 의정감시단을 설치해 시민 감시를 받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나아가 시민의회 설치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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