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 알에서 깨어나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 과정을 '변태'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곤충을 모르는 사람들은 번데기 상태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한다. 고치 속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애벌레였던 몸이 녹아 액체 형태의 단백질이 되고 그것이 재조합되는 과정을 거쳐야 성충이 된다. 긴 시간 동안 고치 속에서 몸이 녹아내리는 고통을 겪은 뒤에야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나비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화랑공원 대구생활문화센터 내 카페 '그린그루브' 대구생활문화센터점을 운영하는 이정해(24), 김서영(26), 김강현(30) 씨도 아름다운 날개를 가지기 위한 번데기로서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문을 연 '그린그루브' 대구생활문화센터점을 운영하는 매니저로서 일하고 있다.
'그린그루브'는 지역 사회적경제 조직체들 협업기반으로 컨소시업을 결성하여 만들어 낸 제로웨이스트를 기반으로 한 소셜프랜차이즈 카페 공동 브랜드다. 4개의 지점이 있는데, 이 중 대구생활문화센터점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이거나 아동복지시설 보호종료청년 등 취업이나 창업에 대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만 18~3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자립을 돕는 지역 자활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이 운영하는 지점으로 문을 열었다.
이들 중 카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이정해 씨는 원래부터 제과·제빵 관련 업종의 취업을 꿈꾸고 있었지만 하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기 너무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서영 씨 또한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이 있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어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고 김강현 씨도 일할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청년이었다. 그러다가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자활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 사업의 도움을 받아 카페를 운영하는 매니저와 바리스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김서영 씨는 "바리스타로써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카페 운영은 이들 3명의 청년과 교육생 2명이 함께 하고 있다. 교육생 또한 자활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이다. 이들은 3주 동안 카페를 운영해 오면서 화랑공원과 대구생활문화센터를 이용하는 손님들을 상대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비록 손님들이 많이 몰려와서 바빠지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일할때도 있고, '그린그루브'가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전개하다 보니 가끔 "종이컵 하나 더 달라"는 손님을 설득시키는 데 진땀을 빼기도 한다. 하지만 "커피 맛이 좋다"는 손님들의 칭찬과 텀블러를 들고오는 손님에게는 1천원을 할인해 준다고 하면 바로 텀블러를 가져오는 손님들을 보면 가슴 뭉클한 보람도 느낀다.
이들 청년은 카페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걸 가장 큰 배움으로 여긴다. 이정해 씨는 "예전에는 사람과 말 한마디 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성격이었는데 카페를 운영하며 카운터에서 손님들을 대하다보니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강현 씨 또한 "카페를 시작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많긴 했지만, 하나하나 씩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카페 운영을 통해 이들이 가고자 하는 목표는 창업을 통한 자립이다. 이들은 '그린그루브'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카페를 열어 열심히 일하는 꿈을 그리고 있다. 이정해 씨는 "우리가 '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며 "이 경험을 살려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끝으로 자신들처럼 홀로서기를 어려워하는 청년들에게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행정복지센터나 자신이 사는 동네의 자활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아보면 분명히 길은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어른들이 도움을 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으니 너무 혼자서 끙끙앓지 않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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