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늦은 밤 한국을 찾았다. 펠로시 의장을 마중 나간 정부 관계자가 전혀 없었던 데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실 내 국가안보실 고위급 인사와의 별도 면담도 잡히지 않아 고조되고 있는 미중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펠로시 의장과 미 하원 대표단이 탑승한 전용기는 3일 밤 9시26분쯤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펠로시 의장이 전용기에서 내리는 장면은 주한미국대사관이 SNS에 올린 사진을 통해 공개됐지만 여기에 우리 정부 측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국내 언론을 통해서는 멀리서 비행기가 착륙하는 사진만 촬영됐다.
펠로시 의장은 서울 시내에 있는 한 호텔에 머물면서 한국 일정을 이어간다. 취재진은 호텔 정문에서 대기했지만, 펠로시 의장 일행이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들어가면서 사진을 찍지 못한 채 철수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 요청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기다렸지만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못했다. 펠로시 의장은 4일 오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만 잡혀 있다.
앞서 대통령실은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의 방한을 환영한다"며 "(4일로 예정된) 한·미 양국 국회의장 협의를 통해 많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방한했는데도 만나지 않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결정에는 휴가라는 표면상 이유 외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 고려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당초 펠로시 의장 방한 일정이 윤 대통령 휴가(1~5일)와 겹쳤기 때문에 윤 대통령을 만나는 일정은 잡지 않았다"며 대통령실 내 국가안보실 고위급 인사들과의 별도 면담 일정도 잡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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