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1997년 축산에 동물복지를 본격적으로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어미돼지(모돈) 마릿수가 정확하게 반 토막 났습니다. 영국의 양돈산업이 그냥 몰락을 해버린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물복지가 무턱대고 진행된다면 양돈산업이 반 토막이 날까 우려됩니다."
김유용 한국축산학회장(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은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제주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22년 아시아태평양 축산학회 학술대회(AAAP)'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사람에게 보기 좋다고 무조건 동물복지인 것은 아니다"며 "돼지 입장에서는 과연 무엇이 복지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피상적인 동물복지와 현실에 맞는 동물복지는 다르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축산 현실에 부합하는 동물복지를 위한 접근법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장의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2년 도입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의 경우 일반 축산 농가에서는 이 기준을 따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국내 양돈농장 10곳 중 9곳에서는 임신돈사(사육 시설) 폭이 7∼8m인데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 기준을 따르려면 2배로 늘려야 한다"면서 "결국 사육돈 수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는 돼지 자급률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동물권 보호단체 등에서 양돈농장 내 임신틀(임신을 위해 돼지를 가둬두는 시설)을 없애야 한다고 촉구하는 데 대해서도 "돼지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축산 강국인 덴마크도 2013년부터 임신 4주까지만 임신틀을 사용하자고 했으나 지키지 못하고 있다. 동물복지가 먼저 시작된 유럽에서조차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돼지는 개체 간에 왕따를 잘 시키는 특성이 있어서 강한 개체가 약한 개체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죽이기도 한다"며 "임신틀이 없으면 결국 임신돈이 공격받아 유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양돈, 축산 쪽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동물복지는 이제 조금 수정돼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최대 축산학 분야 국제학술대회인 AAAP는 '인간과 자연을 위한 축산'을 주제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30여개국 축산 분야 학계·업계 관계자 등 1천300여명이 참여했다.
이 행사는 전 세계 축산 관련 학자, 연구자, 산업계 인사와 축산인들이 모여 축산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축산업계 발전·성장의 토대를 마련해 국가 간 협력을 주도하기 위해 2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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