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뒤 뉴질랜드를 비롯한 영 연방 국가들 사이에서 군주제 폐지와 공화제 전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영국 국왕을 국가 원수로 삼는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가 3년 내 공화제 전환에 대한 국민 투표를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뉴질랜드마저 공화제 전환을 언급하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직후 영연방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거세질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실었다.
12일(현지시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공화제 전환과 관련한 질문에 "결국 (그것이) 뉴질랜드가 향해야 할 길이라고 믿는다"고 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다만 아던 총리는 "긴급한 의제가 아닌 만큼 단기적 조치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영연방은 영국을 비롯해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독립국 56개국으로 구성된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를 의미한다. 뉴질랜드는 호주와 함께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인정하는 14개국 영연방 국가 가운데 하나다.
대표적인 영연방 국가 중 하나인 호주 내에서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공화제 전환 논쟁이 시작됐다. 앤서니 알바니스 호주 총리가 자신의 임기 내 공화제 전환을 위한 국민투표 시행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견이 나오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연방의회의 제3당인 녹색당의 애덤 밴트 대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당일 트위터에 "호주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원주민들과의 조약이 필요하며 공화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주제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은 자메이카, 벨리즈 등 다른 카리브해 국가에서도 감지된다.
앤드루 홀니스 자메이카 총리는 지난 3월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자메이카를 방문했을 때 자메이카가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공화정으로 독립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벨리즈의 한 장관도 "진정으로 독립하기 위한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는 독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면서 더는 여왕을 섬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영연방 왕국의 일원인 앤티가 바부다도 여왕 서거 사흘 만인 11일 공화제 전환을 위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디건은 윌리엄 왕세자가 당시 카리브해 국가를 방문한 뒤 "미래는 국민이 결정할 일"이라며 카리브해에서 군주제가 유지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마야 재서노프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는 NYT 기고문에서 "여왕의 존재는 피비린내 나는 영국 제국주의의 역사를 희석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여왕은 떠났고, 제국주의 군주제도 끝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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