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를 찾았을 때, 현장 방문 기업으로 택한 곳은 성서산업단지 로봇기업 아진엑스텍이었다.
대통령 방문 기업으로 아진엑스텍이 선정된 이유는 아진엑스텍이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 거점이자, 지역 오픈팩토리 1호 기업으로서 '혁신'과 '규제 철폐'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기업이기 때문이었다.
모션제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아진엑스텍은 의외로 '문과 출신'인 김창호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경북대 경제학과 79학번인 김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미래사회 변화와 신기술에 관심이 컸다.
1995년 창업한 김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아진엑스텍을 대구는 물론 국내를 대표하는 모션제어 기업으로 키워냈다. 성서산단 아진엑스텍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당연히 공대 출신인 줄 알았는데 의외다.
▶학사 전공은 경제학이고 대학원에서는 경영학과 중 e-비즈니스를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미래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아 저명한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의 책을 많이 읽었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에서 정보화로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보고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그러던 중 공대 출신인 동생이 동기부여를 해줬고 창업에 이르게 됐다. 기계를 잘 다루지는 못하지만, 미래를 예측하고 신기술을 빨리 받아들이는 데는 자신이 있었다. 또한 워낙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적재적소에 인재를 쓸 수 있었다. 요즘 '융합형 인재'라는 말을 쓰던데, 돌아보면 그런 스타일이었던 것도 같다.
-현재의 아이템은 어떻게 확립하게 됐나?
▶창업 초기부터 기술 중심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이용한 LED 전광판 개발에 성공했지만 실패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 같다. 기술만 좋으면 될 줄 알았는데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위기에서 택한 것이 공대 학생들의 마이크로 제어 교과목 수강에 필요한 제어장치 개발이었다. 다행히 이게 잘 팔렸고, 계속해서 마이크로 프로세서 기술을 적용할 분야를 찾았다. 곧 반도체 장비 제어기 개발에 착수하며 마이크로 제어에서 모션제어로 한 단계 발전했다. 이후 로봇산업 시대가 오며 자연스럽게 로봇 모션제어로 이행하게 됐다.
-윤 대통령이 아진엑스텍을 찾았을 때 어떤 얘기를 나눴고, 무엇을 건의했나?
▶하나는 로봇 관련 규제 철폐였다. 현재로서는 로봇이 고정된 상태에서만 움직일 수 있고 펜스 안에서만 일할 수 있다. 협동로봇에 대한 근거 법령이 없어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출생신고'를 못 한다. 로봇이 이동하고 움직이면서 일할 수 있도록 근거 법령 마련을 요청했다. 추가로 현재 이동식 로봇은 안전 때문에 속도가 느린데, 사람이 없을 때는 속도를 올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근거 법령이 필요하다는 말씀도 드렸다. 다른 하나는 국가로봇 테스트필드 예비 타당성 조사 통과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부탁했다.
-테스트필드가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로봇 기업인들이 크게 실망했다고 들었다.
▶기업인들은 유감을 넘어 화가 났다. 비용 대비 편익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탈락했는데, 테스트필드 사업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테스트필드는 로봇기업뿐만 아니라 IT기업들에도 큰 기회의 장이다. 지역의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사업이고, 역외 기업은 물론 해외에서도 큰 관심이 있는 사업이다. 이제 예타에 재도전하는데 앞으로가 중요하다. 그림을 더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서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한 가지 아이디어는 테스트필드 부지 인근의 경북대 테크노폴리스 캠퍼스에 이노베이션 센터를 구축해 민간과 산학연이 함께 협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테스트필드는 국내외 기업이 기술을 공유하고, 기술인력 교육이 이뤄지며 창업보육까지 가능한 혁신 거점이 될 수 있다.

-최근 경북대 총동창회장을 맡았다. 고민을 많이 했다고?
▶본래 제안이 오면 도망 다니는 스타일은 아닌데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다. 워낙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자리만 차지하고 역할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내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가 떠올랐다. 글로벌 로봇 클러스터(GRC) 회장으로서 전 세계를 다니며 최신 기술의 흐름을 파악했고, 이렇게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에 기여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두 가지 핵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첫째는 내달 7일 창립총회를 하는 'KNU 비즈니스 포럼'이다.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로 진행될 이 포럼은 동문끼리 소통하고 현안을 공유하자는 취지다. 둘째는 '22세기 미래포럼'이다. 동문들이 신지식에 대한 욕구는 큰데 해소 창구가 없다. 미래포럼을 통해 신기술 변화와 미래학, 인문학을 습득하고 변화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지방대 위상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와중에 중요한 자리를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기업인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창출에 존재 목적이 있다. 다만 당장의 이익보다 편익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론이 있다. 편익은 이익과 달리 소비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효용성을 반영한 개념이다. 제품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냐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더욱 큰 효능감을 느끼도록 편익을 추구하면 자연스럽게 기업인에 대한 이미지도 개선될 것 같다.
-취미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나?
▶예전에는 바둑을 자주 뒀다. 아마 5단으로 이벤트성 경기에 구리 9단과 시합을 한 경험도 있다. 최근에는 일이 바빠 바둑을 안 둔 지 꽤 됐다. 가장 큰 취미이자 좋아하는 일을 사람을 만나 얘기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얘기를 듣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움을 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자신만의 경영철학이 있다면?
▶첫 번째는 직원의 행복이다. 직원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으면 수동적인 '예스맨'이 된다. 관리자가 원하는 것에 맞춰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다. 반대로 직원이 행복하면 과감히 '노'도 할 수 있다.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행복이 일치하면 지시하지 않아도 능동적으로 일하게 된다. 그래서 정한 슬로건이 '해피 투게더, 배러 투게더'(Happy together, Better together)다. 두 번째는 투자다.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르지만, 선제적인 투자 없이는 성장도 없다.
-앞으로의 계획은?
▶회사 입장에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로 미래사회 소비자에게 편익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내후년 임기가 끝나는 GRC 회장직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경북대 총동창회장을 맡았으니, 기부문화와 공유문화를 확산하고 각종 포럼을 활성화하며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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