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이라는 곳이 있다. 이름은 익히 들어봤는데, 아직까지 정확하게 뭘 하는 곳인지는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언뜻 생각해봐도 그렇다. '문학'이니까 당연히 '책'이 있는 곳일 텐데, 그렇다고 일반적인 '도서관'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박물관'인가 싶으면, 또 무슨 '기념관' 같기도 하고, 아니 '체험관' 같기도 하다. 사실 그런 게 우리가 생각하는 '문학관'에 대한 솔직한 인상이다.
막상 문학관에 가봐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 관광 명소로 알려진 문학관을 가보면 어떤 작가의 생애나 업적을 기념하면서 자연 풍광과 함께 주변을 즐길 수 있는 형태로 구성돼 있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가 하면 박물관 같이 유리벽 안에 전시된 자료를 중심으로 공간을 꾸며놓은 문학관도 있고, 도서관처럼 수많은 책들로 가득한 문학관도 있다. 우리나라에 '문학관'이란 공간이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한 게 대략 20~30년 전쯤임을 감안하면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문학관이 있는 것은 일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내심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긴 하지만, 도서관이나 박물관, 미술관처럼 하나의 정형화된 공간으로 인식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상황이 조금 바뀌기 시작했다. 2016년 '문학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이제는 법적으로도 '문학관'이라는 공간을 규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법에 명시된 문학관의 기능을 살펴보면 '문학관'은 이제 '문학'을 다루는 일종의 '박물관'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듯싶다. 이것은 우리보다 앞서 문학관을 운영해 온 독일이나 일본, 중국 등 해외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들 국가에서 통용되는 '문학관'이 바로 '문학 박물관'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이라는 성격에 걸맞게 이들 문학관 대부분이 자료의 수집과 보존, 연구 기능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박물관'으로서의 문학관이 아직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알려진 국내 문학관들은 대개 관광이나 체험 중심의 공간 혹은 기념관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혹자는 다소 경직된 모습으로 꾸며질 박물관 형태의 문학관이 현재 우리 문학관의 친근하고 편안한 장점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최근 각 지자체마다 공립문학관 건립을 준비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을 포함하면서도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박물관'으로서의 문학관은 아직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뜻일까.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문학관 이전에도 우리 곁에는 이미 예술을 다루는 '박물관'이 익숙하게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이라는 명칭이 다름 아닌 미술을 다루는 박물관, 즉 '미술 박물관'의 줄임말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령 오늘날 미술관이 '미술'을 다루는 방식으로, 문학관이 '문학'을 다루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 또한 문학관이 추구하기엔 경직된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이 '문학 박물관'의 형태도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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