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철거되나, 설치 근거 조례 폐지안 발의

동대구역에 있는 박정희 동상이 존폐(存廢) 기로에 섰다. 설치 근거가 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 폐지안이 대구시의회에서 발의(發議)될 것으로 보여서다. 시의회는 20일 해당 조례를 폐지해 달라는 주민조례청구와 관련해 폐지안을 마련하고 법제 심사를 거친 뒤 오는 28일 전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의회는 앞서 청구(請求)된 해당 조례 폐지안을 지난 4월 28일 수리했다. 주민조례발안법에 따라 시의회 의장은 주민의 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30일 이내 주민청구조례안을 발의해야 한다.

박정희 사업 조례안이 폐지되면 기념사업추진위원회도, 동대구역 박 전 대통령 동상도 존립(存立)할 근거가 사라진다. 조례 폐지안 발의 후 소관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거치면 폐지가 확정된다. 물론 발의된다고 다 폐지되는 건 아니다. 상임위나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폐지되지 않는다. 의결은 1년 이내에 해야 한다. 지원 조례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제정(制定)됐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 주도로 지난해 12월 동상 제막식(除幕式)도 열렸다. 동상이 공개되자 박 전 대통령보다 홍 전 시장을 더 닮았다며 '홍준표 동상'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를 꾸리고 "박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가 기념해야 할 인물이 아니다"며 조례 폐지 청구서를 제출했다.

'근대화의 시발점(始發點)이 된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고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동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대구 관문인 동대구역에 '내란 원조(元祖)인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서 있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도시 이미지도 실추(失墜)시키는 만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는 상태다. 이번 조례 폐지안 발의를 계기로 시의회가 공청회 등 시민 여론·공론의 장을 열어 시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 논란을 매조지해 동상 문제로 대구가 더는 분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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