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용모 신비의 북극을 가다] 노르웨이 '프레이케스톨렌'

해발 604m 우뚝 설교단 같은 모습…뤼세피오르 보러 매년 30만명 방문
CNN 선정 50대 대자연의 신비 1위…자연 훼손 않으려 안전펜스는 없어

해발 604m의 프레이케스톨렌 바위위에 오르면, 빙하에 깎인 U자형 모양 골짜기에 바닷물이 만들어낸 자연의 절경 뤼세피오르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해발 604m의 프레이케스톨렌 바위위에 오르면, 빙하에 깎인 U자형 모양 골짜기에 바닷물이 만들어낸 자연의 절경 뤼세피오르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 여행자의 마음 사로잡는 흥미진진한 스타방에르

북극탐험을 마치고 국내선 비행기로 노르웨이 남서부 해안에 위치한 인구 30만의 스타방에르(Stavanger)에 도착했다. 인근에는 뤼세피오르와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노르웨이 3대 트레킹코스가 인기가 있다.

1900년대 중반까지 통조림 산업으로 간신히 유지되어 오던 스타방에르는 1960년대 석유시추가 시작된 이후 현재 노르웨이 4대 도시로 성장했다. 여행자들은 피오르와 트레킹을 위해 찾기도 하지만, 도시 자체가 주는 매력도 놓치긴 아쉬운 곳이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대성당을 시작으로 주변 구 시가지를 산책해보면 북극탐험의 피로를 잊게 만드는 힐링의 최적이다. 힐링스팟으로 불리는 브레이어베트넷(Breiavatnet)호수는 백조와 오리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보기만 해도 평화로운 분위기다.

스타방에르 시내호수인 브레이어베트넷는 백조와 오리들이 한가로이 노닐는 평화로운 분위기로 여행자들에게 백조들이 먹이를 달라고 몰려든다.
스타방에르 시내호수인 브레이어베트넷는 백조와 오리들이 한가로이 노닐는 평화로운 분위기로 여행자들에게 백조들이 먹이를 달라고 몰려든다.

호수 옆에 위치한 대성당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1125년 지은 800석 규모의 회색 돌빛의 소박한 대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목조성당으로 지어졌으나, 1272년 대화재로 훼손된 이후 고딕양식의 석조 건물로 개축되었다. 특히 바로크양식의 설교단에는 인간의 창조부터 예수의 탄생과 고난 그리고 부활을 화려하게 조각해 놓았다.

성당에서 항구로 이어지는 광장으로 걸어가면 올드타운인 감레 스타방에르(Gamle Stavanger)가 나온다. 올드타운에는 18세기에 지어진 250여 채의 목조건물이 주택과 상점 그리고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통가옥을 보존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지와 염원으로 지켜온 이곳을 찾으면 200년 전의 도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도시 곳곳에는 흥미진진한 거리 예술을 만나게 된다. 거대한 벽화에서부터 출입구와 버스의 작은 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오래된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매력이 넘치는 항구의 창고와 집들은 현재의 삶과 아름다운 색상으로 변한 모습으로 인기 있는 인스타그램의 정류장이 되어 있다.
오래된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매력이 넘치는 항구의 창고와 집들은 현재의 삶과 아름다운 색상으로 변한 모습으로 인기 있는 인스타그램의 정류장이 되어 있다.

걷다보면 아름다운 카페와 갤러리가 다양한 무지갯빛 색으로 칠해진 거리에 선 여행자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현지인들이 색채거리라고 부르는 거리는 마치 사진 속에 발을 들여 놓은 것과 같다. 색채거리는 원래 무미건조한 건물들 밖에 없었으나 한 가게 주인이 자신의 건물 전체에 색칠을 시작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후 집집마다 형형색색의 색칠로 단장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하얀 집에 내걸린 바구니의 꽃들이 파란하늘과 함께 여행자들에게 즐거운 풍경을 선사한다. 지금 이 거리는 스타방에르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거리가 되었다.

올드타운에는 18세기에 지어진 250여 채의 전형적인 새하얀 목조 건물에 내걸린 바구니에 예쁜 꽃들이 파란하늘과 함께 여행자에게 즐거운 풍경을 선사한다.
올드타운에는 18세기에 지어진 250여 채의 전형적인 새하얀 목조 건물에 내걸린 바구니에 예쁜 꽃들이 파란하늘과 함께 여행자에게 즐거운 풍경을 선사한다.

이 도시에는 다양한 박물관과 컬렉션이 있다. 가장 인기가 있는 박물관은 1998년 개장한 노르웨이 석유 박물관이다. 스타방에르는 과거 통조림 산업에서 석유시추가 시작된 후 번창하게 된 도시의 역사를 담은 통조림 박물관과 노르웨이 석유산업을 보여주는 석유박물관이 시내에 위치해 있다.

1877년 설립되어 가장 오래된 스타방에르 고고학박물관에는 여러 역사적인 건물과 컬렉션이 있다. 총 8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 박물관에는 문화와 동물원 컬렉션 및 도서관이 있다. 고고학박물관은 스타방에르에서 가장 큰 박물관으로 선사시대 유적지를 위한 주립박물관이자 스타방에르 대학의 일부이다.

공원 옆에 위치한 로갈랜드 미술관에는 노르웨이 예술가 에드바르드 뭉크 등의 작품이 있으며, 라스 헤르테르비히스 작품 중 가장 큰 컬렉션도 소장되어 있다. 해변수산시장의 레스토랑에서 군침이 도는 유명한 생선스프로 식사를 하면서 시내여행을 마무리했다.

대자연의 웅장함에 감탄하게 되는 기암절벽 프레이케스톨렌위에서 필자가 태극기를 들고 감격해하고 있다.
대자연의 웅장함에 감탄하게 되는 기암절벽 프레이케스톨렌위에서 필자가 태극기를 들고 감격해하고 있다.

◆ 노르웨이 랜드마크 '프레이케스톨렌'

2018년 개봉한 영화 '미션임파서블 : 폴아웃' 마지막 장면에 톰크루즈가 절벽에 매달려 올라오는 배경이 바로 '프레이케스톨렌(Preikestolen)'이다. CNN이 선정한 세계 50대 대자연의 신비 중 1위에 프레이케스톨렌이 선정되기도 했다.

해발604m에 우뚝 솟아있는 기암절벽 프레이케스톨렌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킹 장소 중 한곳으로 모양이 마치 설교단같이 보인다고 해서 일명 펄핏 록(Pulpit Rock)으로 불리기도 한다. 정상에서는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뤼세피오르(Lysefjord)의 풍경과 절벽 자체의 모습이 워낙 절경이라서 매년 30만 이상의 여행자들이 찾는다.

프레이케스톨렌에 가까워지면 땅과 바다가 아름답게 만난 뤼세피오르가 대자연의 파노라마로 펼쳐지며, 여행자의 심장을 요동치게 한다.
프레이케스톨렌에 가까워지면 땅과 바다가 아름답게 만난 뤼세피오르가 대자연의 파노라마로 펼쳐지며, 여행자의 심장을 요동치게 한다.

스타방에르에서 프레이케스톨렌에 가기위해서는 국도를 이용하거나, 페리를 타고 버스로 환승해서 등산을 하는데 약 7시간 정도 소요된다. 스타방에르에서 타우(Tau)까지 20분정도 페리를 타고 가며, 페리에 렌터카를 실을 수 있다. 타우에서 프레이케스톨렌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되는 버스가 운행된다. 물론 지금은 해저터널을 개통해서 국도로 바로 갈 수 도 있다. 프레이케스톨렌으로의 트레킹은 총 8km이며, 왕복소요시간은 4~5시간이 걸린다.

트레킹 시즌은 5월부터 10월까지이다. 매일 진행되는 가이드 투어나 기상 조건에 따라 피오르의 관광보트에서 절벽을 감상하거나, 하이킹과 크루즈를 결합해서 할 수도 있다. 프레이케스톨렌은 1년내내 오를 수 있지만 눈과 얼음이 있는 11월부터 4월까지는 특수 장비와 가이드가 필요하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감탄하는 프레이케스톨렌에서 신의 선물인 피오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오랜 시간 줄을 서야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감탄하는 프레이케스톨렌에서 신의 선물인 피오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오랜 시간 줄을 서야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약 1만년 전에 얼음이 녹아서 생성되었다는 프레이케스톨렌을 향해 산을 오르면서 중간 중간 나무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산 아래의 풍경들이 기대감을 더해준다. 처음부터 가파른 바위산을 올라가면 중간쯤 평지의 숲길이 보인다. 중간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중간 중간에 빨간색 T자 표시로된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언덕과 평지를 지나 길고 힘들었던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멀리 피오르도 보인다. 이곳에 있는 작은 호수는 겨우내 얼었던 눈들이 녹아서 만들어진 듯하다. 맞은편 산에는 노르웨이 숲과 호수 그리고 폭포가 펼쳐진다.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침엽수림과 빙하가 녹아 만들어낸 산 위의 호수, 그리고 폭포 계곡이 여행자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드디어 프레이케스톨렌 제단위에 섰다. 웅장한 바위위에 서면 뤼세피오르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첫눈에 대자연의 가장 극적인 웅장함에 그저 감탄 할뿐이다. 이 아름다운 절벽을 만든 신을 대변하기 위해 네모반듯한 설교단처럼 생겨서 이렇게 불리는구나. 산 아래에서 출발할 때 가졌던 설레임과 기대감이 배가 되는 것 같았다.

신의 선물인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대자연의 웅장함과 매혹적인 경이로움에 감탄하며, 이곳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진다. 낯모르는 여행자끼리 서로서로 절벽 반대편에서 절벽에 오른 여행자 사진을 찍어주고, 여행자는 또 낯선 여행자의 사진을 찍어준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암반사이를 지나면 숲과 기암괴석 사이에 겨우내 얼었던 눈들이 녹아서 만들어진 듯한 크고 작은 아름다운 호수가 여행자의 피로를 풀어준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암반사이를 지나면 숲과 기암괴석 사이에 겨우내 얼었던 눈들이 녹아서 만들어진 듯한 크고 작은 아름다운 호수가 여행자의 피로를 풀어준다.

이곳에서 바라본 뤼세피오르의 장엄한 광경은 정말 예술이다. 프레이케스톨렌이라는 천혜의 절경으로 유명한 피오르의 건너편 마을에서 이쪽을 바라보면 어떨까? 다시 그곳으로 가 보고 싶어진다. 때마침 뤼세피오르에 유람선 한 대가 하얀 포말의 꼬리를 남기며 유유자적하게 미끄러져 가고, 산 정상부분에 자리한 눈이 여름햇살에 녹아내리는 듯하다.

노르웨이는 이런 위험한 절경에 많은 여행자가 찾는데도 펜스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단다. 이는 매년 많은 여행자가 찾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사망자가 극히 드물다는 사실과 자연경관이 안전시설로 훼손 될 것이기 때문이란다. 노르웨이 당국은 '우리는 이 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에 울타리를 칠 수 없다'고 밝힌 것에 주목하며 여행자의 안전은 여행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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