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지역 간의 행정구역 통합은 결혼과 비슷한 점이 있다. 두 사람의 살림을 하나로 합친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연애도 하지 않고 결혼부터 할 수는 없다. 서로를 알아가고 결혼해도 될 상대인지 판단할 연애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르는 상대가 일방적으로 청혼을 한다면 과연 몇이나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안동시가 연애 없는 예천군과의 결혼(통합)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안동시가 지난달 안동·예천 행정구역 통합 추진 지원 조례안을 입법예고하면서부터다.
안동시는 지난달 5일부터 26일까지 안동·예천 행정구역 통합 추진 지원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달 17일 열리는 안동시의회 임시회에서 조례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시는 해당 조례안을 통해 경북도청 신도시 생활권 일원화를 통한 주민 불편 해소, 지방 소멸 극복, 도시 경쟁력 강화 등 행정구역 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통합을 원하는 예천 군민들조차도 안동시의 '방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안동시의 일방적인 구애가 상식을 넘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라는 것이다. 예천 군민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예천의 유림 단체 회원들은 "안동·예천 행정구역 통합 추진 지원 조례안은 안동시장의 독단적 행위"라며 "예천의 정체성에 대한 근간을 뒤흔드는 행정구역 통합 관련 조례안 제정 추진을 단연코 반대한다"고 성명을 냈다.
연애도 하기 전에 양 지역 간의 갈등만 심화되는 모양새다. 근대사에서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이 생긴 이유 중 하나로 정치를 꼽는다. 지역감정을 조장해 두 지역을 갈라놓고 한쪽을 확실한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예천 지역 정계 일각에서는 안동시가 통합을 추진하는 이유를 전라도와 경상도를 빗대어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안동 시민을 행정구역 통합이란 이름으로 통합해 표밭을 다지려는 목적이 보인다는 것이다.
행정구역 통합은 사실상 예천 군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면 가능성이 없다. 조례안이 통과된다면 통합은 더욱 힘들어지고 감정의 골만 깊어질 게 뻔하다. 이 때문에 진정성 있는 통합보다는 정치를 위해서라는 예천 지역 정계 일각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예천의 유림 단체도 "당사자인 예천 군민을 무시한 채 본인(권기창 안동시장)의 공약 달성을 위한 진정성 없는 통합 추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고 권 시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동과 예천이 통합이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속도 조절과 소통이 필요하다. 김학동 예천군수도 앞서 지난 6월 권기창 안동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청춘 남녀에 빗대어 통합의 뜻을 전한 바 있다.
김 군수는 "청춘 남녀가 서로 맛집도 찾아다니고 영화도 보러 다니고 사귀다 보면 자연스레 결혼해 함께 한집에서 살자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결혼에 대한 뜻이 맞으면 결혼까지 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또 이 자리에서 행정구역 통합보다는 통합 행정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라고 뜻을 모았다.
결혼을 위한 연애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두 단체장이 약속한 통합 행정 시스템 구축을 통해 연애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두 행정구역에서 하나의 생활권을 공유하면서 불편을 겪고 있는 경북도청 신도시 주민을 위해 약속한 원스톱 통합 행정 기구를 설치해 연애를 시작하고 통합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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