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수의 골프 세태] <3>11월 말이면 골프장 갑질도 ‘끝’

연부킹에 불합리한 계약 강요, “싫으면 하지 마세요”
겨울 시즌 수요 감소, MZ세대 “골프 접는다”

MZ세대들이 높은 비용 때문에 골프를 접고 있다. 골프웨어
MZ세대들이 높은 비용 때문에 골프를 접고 있다. 골프웨어 '왁'(WAAC)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불황의 여타 산업과 달리 특수 호황을 누리며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파는거지 뭐!'라는 식으로 갑질(값질)과 횡포를 계속하던 골프장도 다음달 말이면 '끝'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봄, 가을 골프 치기 좋은 계절이 저물면, 찬바람이 거세지는 겨울부터는 내장객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골프 마니아들 사이에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실제 거의 모든 필드 골프장의 경우 다음달 중순까지는 풀 부킹에 가까운 상태이지만 이후 부킹은 절반 안팎에 머물고 있는 실정. 겨울 초입에 들어서면서 각종 할인혜택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오로지 수익만 추구하는 골프장의 어이없는 횡포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13번 홀에서 라운딩 중단

골프 입문 3년차 배모 씨는 2주 전 경북 의성의 한 골프장에서 참다 참다 13번 홀에 라운딩을 중단하고, 동반자들과 상의해 철수를 결정했다. 이유는 한없이 밀리는 시간 때문. 오후 1시30분쯤 시작해야 하는 티오프는 30분 이상 지연됐으며, 전반 9홀 이후 클럽하우스 그늘집에서 1시간 넘게 지체해야 했다. 오후 5시가 넘어서 시작된 후반 9홀은 6시가 넘어서면서 어둑어둑해져 라이트를 켜도 공을 어디로 날아가는 모르고, 찾기가 힘들어 진행이 어려움이 컸다. 특히나 시간 지체 때문에 기분이 상해 있는터라 동반자들 3명도 짜증이 폭발했다. 배 씨는 13번 홀 도중에 중단을 결정하고, 골프장 측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 골프장 측은 그린피 절반 값만 계산하라고 했지만, 배 씨와 동반자들은 '그럴 수 없다'고 맞섰다. 고성과 욕설이 오간 끝이 캐디비와 그늘집 비용만 내는 것으로 협상하고, 기분 잡친 채로 대구로 돌아왔다.

지난해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지난해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코로나 시대 골프장 폭리'에 대해 제기한 민원에 7만여 명이 참여했다.

◆연부킹은 연간 8회 미만 이용시 위약금 물리기도

몇몇 골프장은 매달 부킹하기가 힘들어 연부킹을 하는 골프모임에도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대표적인 가입조건이 연간 8회 미만 이용시 위약금을 물리는 것은 물론 클럽하우스 식당 이용도 의무조항으로 두고 있다. 심지어 연부킹 단체팀 중 3명이 라운딩을 할 경우(쓰리백) 4명 그린피를 다 받기도 한다. 각종 골프 모임 총무나 경기위원장들은 "더러워서 연부킹을 안한다""며 1인당 추가비용(5천~1만원)을 지불하면서까지 사설 부킹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구의 한 골프모임 총무는 "몇몇 골프장들은 갑질과 횡포를 넘어 이제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골프장 측은 "조건이 안 맞으면 오지 마세요. 단체팀 노쇼 방지용"이라고 황당한 항변으로 대응했다.

◆'필드 한번 나가는데 40~45만원' 골프 접는 MZ세대

수도권의 경우 그린피+카트비 30만원 내외에 캐디비와 그늘집값 그리고 이후 뒷풀이 비용까지 한번 라운딩을 나가는데 1인당 평균 40~45만원의 고비용이 드는 탓이 골프는 접는 MZ세대(20~30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중고나라·번개장터·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골프 안치만 만다"며 나온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MZ세대의 골프 검색 유입량과 예약건수는 하향세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2030세대의 골프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55%가량 줄었다. 데이터 분석가는 "그린피가 30만원에 육박하고 캐디피까지 15만원까지 오르면서 MZ세대들이 저비용의 레저 및 취미활동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했다. MZ세대의 고비용으로 인한 골프 외면은 내년부터 전체적인 수요 감소로 인해 골프장 어려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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