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국내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정부가 동원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선포했다. 이 같은 대책이 시장 불안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돈을 풀어 대대적인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열리는 24일 오전부터 불안감이 진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고금리 추세가 여전하고 부동산 시장도 침체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23일 자금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게 된 배경에는 경색됐던 회사채 시장에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어음(ABCP) 사태가 불을 지피면서 자금 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보강도 신뢰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기업들이 줄줄이 회사채 발행에 실패하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돈맥경화' 현상이 확산됐다.
최고 신용등급의 기업들마저 연이어 회사채 발행에 실패하면서 시장의 경색을 가속화했다. 지난 17일 한국전력공사(AAA)는 연 5.75%와 연 5.9%라는 이례적인 고금리를 제시하며 4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으나 1천200억원어치가 유찰됐다.
지난달 강원도가 빚보증 의무 이행을 거부한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가 지방자치단체에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높은 신용도를 부여해왔던 시장의 신뢰를 흔들었다.
이처럼 자금 시장의 불안 심리가 급격히 확산하자 정부는 조기에 불을 끄겠다며 휴일인 23일 경제 수장들을 소집했다.
정부가 동원 가능한 수단을 모두 쏟아내면서 자금 시장 안정에 정부가 총력을 다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임에 따라 단기적으로나마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 플러스알파(+α) 규모로 확대해 운영하겠다고 했다. 여기에는 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 실제적으로 가능한 자금 지원이 모두 담겼다.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채안펀드 등 우량채 위주 매입만 치중한다고 여겨 시장에서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인 비우량채와 부동산 PF, ABCP 등의 대거 매입을 밝혀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모든 지자체가 ABCP 보증의무를 이행하겠다고 확약했지만 이미 깨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보증의무 파기로 인해 이미 금융시장에선 "정부에 준하는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지자체의 보증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전방위로 확산된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의 이번 대책은 시장 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을 공급하는 단기 처방에 불과할 뿐,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인해 초래된 경기침체 우려나 해외 불안요인에 대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은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들에 대한 건전성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어 급격한 자금시장 붕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내 금융사들의 건전성은 좋아졌다"며 "다만 최근 발생하는 대내외 변수는 워낙 예측할 수 없고 급변한다는 점에서 금융사들 또한 이에 맞춰 리스크를 줄이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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