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과 문화 유적의 만남… 대구시교육청 지역 유적지 연계 인성교육 '눈길'

대구시교육청, 지역 서원·향교 13곳과 업무협약
지역 연계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 운영, 직접 체험하며 덕목 내면화

지난 10월 대구 도림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달성군 하빈면에 있는 사당인 육신사에서 전문가의 설명에 따라 조선시대 유생들이 착용했던 유건곽 유복을 입어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지난 10월 대구 도림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달성군 하빈면에 있는 사당인 육신사에서 전문가의 설명에 따라 조선시대 유생들이 착용했던 유건곽 유복을 입어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구시교육청이 지역 내 문화 유적지와 연계해 초·중학생 대상으로 특색 있는 인성교육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 학생들의 인성 핵심 가치 및 덕목 함양을 위해 시교육청은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지역 내 향교 3곳, 서원 10곳 등 문화 유적지 13곳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통해 다양한 인성교육 체험활동을 운영하고, 이를 위한 인적·물적 자원 및 공간을 지원하는 데 협력하고 있다.

일반 교실이 아닌 전통문화 공간에서 체험 중심 활동에 참여하며 효와 예절, 상호존중 등 덕목을 보다 효과적으로 내면화할 수 있어 학생 및 학부모들의 반응이 뜨겁다. 시교육청은 향후 프로그램을 더 다양화하는 등 지속적으로 문화 유적 연계 인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인성은 관계에서 길러지고, 이러한 관계는 가족에서부터 출발한다"며 "우리 학생들이 지역 연계 인성교육 체험학습을 통해 세대 간의 긍정적 관계 속에서 바른 인성을 함양하며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 10월 대구 도림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달성군 하빈면에 있는 사당인 육신사에서 오방색을 활용한 민화그리기 체험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지난 10월 대구 도림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달성군 하빈면에 있는 사당인 육신사에서 오방색을 활용한 민화그리기 체험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도림초, 육신사에서 사육신의 충효 정신을 배우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있는 도림초는 지난 10월 4학년 학생 61명을 대상으로 육신사에서 지역 연계 인성교육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육신사(六臣祠)는 달성군 하빈면에 있는 사당으로, 조선 세조때의 사육신 박팽년, 성삼문, 이개, 유성원, 하위지, 유응부 등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학생들은 지역 내 유서 깊은 역사적 장소에서 문화유산에 담긴 가치를 느끼고 조상들의 충효정신을 배우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반별로 3개의 활동을 진행했으며 첫 번째 활동은 유건(조선시대 유생들이 쓰던 실내용 두건)과 유복(유생들이 입는 옷) 체험이었다.

이 체험에서는 전문가의 설명에 따라 진지한 자세로 의복을 갖춰 입고 육신사와 전통예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낯선 복장에 허둥대며 도움을 요청하던 학생들도 의복을 갖추고 나니 실제 선비가 된 듯 의젓한 자세로 앉아 예의·효·존중·배려 등의 선비 덕목에 대해 수련하고 옛 선인들의 가르침에 대해 배웠다.

두 번째 활동은 국궁 체험이었다. 안전을 고려해 화살촉이 없는 모형 화살을 사용했지만 화살을 겨누는 자세와 태도 만큼은 늠름한 선조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학생들은 민족문화의 정수인 국궁 체험을 통해 우리 활의 우수성을 이해하고, 우리 조상들이 느꼈던 호연지기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었다.

마지막 민화 그리기 체험에선 다채로운 색감이 두드러지는 민화 작품 중 하나를 골라 오방색(五方色)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하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나라의 전통 색상인 오방색은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색으로, 동쪽은 청색, 서쪽은 흰색, 남쪽은 적색, 북쪽은 흑색, 가운데는 황색을 나타낸다.

학생들은 민화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완성했다.

체험에 참여한 한 학생은 "우리나라에 국궁이라는 훌륭한 전통문화가 있었는데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며 "국궁 체험을 통해 느꼈던 조상들의 지혜와 용기를 본받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배은희 도림초 교장은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인성교육 체험학습은 학생들의 바람직한 인성을 기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 학생들이 방문한 육신사는 달성군에서 역사적 가치가 큰 문화유산인 만큼 학생들이 옛것의 가치와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대구 강북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동구 지묘동에 있는 신숭겸 장군 유적지 내 마련된 표충서원 인성교육체험센터를 방문해 고려시대 의복을 갖춰 입고 배례 방법을 배우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지난 6월 대구 강북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동구 지묘동에 있는 신숭겸 장군 유적지 내 마련된 표충서원 인성교육체험센터를 방문해 고려시대 의복을 갖춰 입고 배례 방법을 배우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강북중, 신숭겸 장구 유적지에서 공경의 가치를 새기다

북구 구암동에 있는 강북중학교 1학년 학생 330명은 지난 6월 신숭겸 장군 유적지 내 마련된 표충서원 인성교육체험센터를 방문해 특색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즐겼다.

동구 지묘동에 있는 신숭겸 장군 유적지는 1982년 3월 대구시 기념물로 지정된 곳으로, 고려 태조 때 개국공신인 장절공(壯節公) 신숭겸 장군이 순절한 곳이다. 현재 평산 신씨 문중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이번 체험학습은 서원 이야기, 국궁 체험, 고려의 의복 체험하기, 배례와 예절 배우기 등의 공통 프로그램과 우리나라 전통 민화 문양으로 부채를 만들어보는 선택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의복 및 배례(절하는 예절) 체험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고려의 의복을 갖춰 입고 전문가의 설명에 따라 바른 공수 인사와 남녀에 따른 큰절, 평절 등 배례 방법을 직접 몸으로 익혔다.

부채 만들기 프로그램에선 민화에 담겨 있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학생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민화 속에 들어있는 행복과 장수, 번영과 명예의 정신을 깨닫고, 민화에 담긴 소망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랐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민화를 고른 학생들은 물감과 붓으로 마음 속 소망이 가득 담긴 나만의 민화 부채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체험에 참여한 한 학생은 "전통문화는 낡고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인성교육 체험활동을 통해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고, 효와 공경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조갱래 강북중 교장은 "지역 인성교육 체험기관으로서 향교와 서원은 유의미한 교육적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에 학생들의 바른 인성 함양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앞으로도 지역 연계 인성교육 체험학습을 꾸준히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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