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충격'과 '비통'에 잠겼다. 29일 밤 서울 한복판에서 역대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해 154명이 숨졌다. 사망자 대부분이 10대, 20대 여성이었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참사 수습과 부상자 치료 등 신속한 후속 조치와 함께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근본 대책도 화두로 떠올랐다. 거리두기 전면 해제와 함께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지역 축제가 부활하고, 유동 인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토요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밤거리의 핼러윈 축제 현장은 온갖 '코스튬'을 차려입은 젊은이들로 한껏 들떠 있었다. 3년 만에 실외 마스크 없이 즐기는 핼러윈 축제 인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오후 10시 15분쯤 해밀톤호텔 옆 폭 4m 정도의 비좁은 경사로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종합방재센터에 "사람 10여 명이 깔렸다"는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그 뒤로도 119에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핼러윈 축제가 악몽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사고 생존자와 목격자들은 경사진 좁은 골목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순식간에 피해가 확산됐다고 입을 모았다. 몰려드는 인파에 맨 앞에 있는 사람이 도미노처럼 5~6겹으로 쌓였다는 것이다. 도로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환자, 시민, 소방관 경찰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사고 현장 목격자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앳되고 어린 학생들이 많았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고통스러워했다.

소방당국은 30일 오후 9시 기준 154명이 숨지고 132명이 다치는 등 사상자 286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이날 오전 2시쯤 59명이었다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상당수가 숨지면서 급증했다. 소방당국은 부상자 103명 중 24명이 중상을 입어 사망자가 더 늘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숨진 154명 중 98명이 여성이다. 좁은 길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뒤엉켜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고 약한 여성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은 대다수 사망 원인을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 밤새 구조활동을 벌인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규모 인파의 압력에 의한 압사 사고여서 구조에 나섰을 당시 이미 상당수가 심폐소생술(CPR)에도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질식해 사망한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과거에도 대규모 인파가 몰린 공연장이나 서울역 등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으나, 이처럼 대규모의 피해 사례가 발생한 사건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구경북에선 지난 2005년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11명이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사전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전날인 28일부터 수만 명이 몰려 대형 사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것이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축제 및 다중이용시설 안전대책을 긴급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곳곳에서 축제가 부활했고, 놀이시설 이용객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고 직후 전담 수사본부를 꾸리고 구체적인 원인 규명에 나섰다. 시신이 안치된 병원마다 과학수사팀을 보낸 경찰은 신원을 확인하는대로 유족들에게 연락하고 있다. 추후 관할 지자체의 관리 부실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정부 관계자는 "피해자 및 유족 지원, 부상자 치료에 필요한 모든 조처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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