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임 떠넘기는 지휘부에 회의감" 일선 경찰 반발

"20명이 10만명 어떻게 관리하나" 내부망에 윤희근 청장 비판 글
"제한된 인원과 순찰차로 많은 인파 어떻게 전담해야 했나"
"사고 요인 예상 못하고 미흡하게 인력 운용한 지휘부가 문제"

3일 대구 시내 한 경찰지구대에 게양된 조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경찰 지휘부의 면피성 입장 표명에 대해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거세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3일 대구 시내 한 경찰지구대에 게양된 조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경찰 지휘부의 면피성 입장 표명에 대해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거세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놓고 경찰청이 대대적인 수사와 감찰에 나선 가운데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고 요인을 예상하지 못했던 지휘부가 책임을 밑으로만 떠넘기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전날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등 2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당일 112신고 등 현장 대응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신고가 빗발쳤던 이태원파출소도 함께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이 내부 실무자들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하자 일선 경찰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태원파출소 소속 한 경찰은 내부망에 윤희근 경찰청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자신을 3년간 이태원파출소에서 근무 중이라고 소개한 한 경찰은 "당시 근무 중이던 20명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서 근무했다.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하기에 20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호소했다.

동료 경찰이 수사대상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빚어지자 지역을 막론하고 지휘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태원파출소처럼 112신고를 가장 먼저 접하는 지구대 등 지역 경찰을 중심으로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대구 한 지구대에서 순경으로 근무 중인 A씨는 "지휘부가 별도의 인력 충원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제한된 인원과 순찰차로 그 많은 인파를 어떻게 전담할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책임을 밑으로만 내리는 모습에 조직이랑 상부에 회의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구대에서 부팀장으로 근무 중인 B씨도 "천명만 모여도 통제가 어려운데 10만명의 사람들을 이태원파출소 20명이 어떻게 다 관리를 하겠냐"며 "현장에서 실컷 고생만 하고 결과적으로 욕만 먹고 있어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초 사고 요인을 파악하지 못한 지휘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고려해 적절하게 인력을 운용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경감 C씨는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들은 신고 출동 요원이기 때문에 사고를 예방하는 활동은 시스템상 어렵다"며 "다중운집이 예상되는 장소에선 지휘부가 기동대를 동원해서 통제해야 하는 부분이지, 현장 경찰이 대응할 게 아니다. 이번 사고의 책임은 일선 경찰로 몰고 가서는 안 되고 지휘부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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