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름 석 자도 못 쓰던 할매들, 시인으로 거듭났다”

‘2022년 경북문해한마당’ 개최…권순희·염춘옥·김미자 씨 대상
김영규·김철자 씨 등 4명 특별상…디지털·금융·건강 평생학습 지원

경상북도는 지난 4일 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경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주관
경상북도는 지난 4일 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경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주관 '2022년 경북 문해한마당'을 개최했다. 대상을 수상한 권순희, 염춘옥, 김미자 씨가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한글 늦깎이 어르신들이 진솔한 인생을 담아 쓴 시화를 세상에 공개했다.

경상북도는 지난 4일 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경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주관 '2022년 경북 문해한마당'을 개최했다.

행사는 문해교육이 단순히 글 배우기를 넘어 세상과의 소통으로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준다는 가치를 되새기고, 학습자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격려하며 배움의 성과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행사에는 문해학습자 및 문해교육 관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70대 이상 고령자로 전쟁과 가난, 남녀 차별로 인해 유년시절 학교 문턱도 넘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다.

누군가는 본인의 이름을 직접 써보고 싶어서, 또 다른 누군가는 손자 손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이유로 지역 문해교육기관에서 추진하는 성인문해교육에 참여해 한글을 배워왔다.

올해 행사는 '문해, 지금 나는 봄이다'를 주제로 경북문해교육 시화전 시상 및 입상자 시 낭송 순서를 마련했다. 배움의 씨앗을 뿌려 새로운 인생의 꽃을 피우는 문해 학습자들의 다양한 삶을 시화를 통해 조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역 문해교육기관이 추천한 시화 작가들 가운데 권순희(79·안동), 염춘옥(70·안동), 김미자(73·울진) 씨가 각각 대상(도지사상)을 수상했다.

이어 특별상(도의회 의장상, 도교육감상)은 김영규(75·의성), 김철자(79·포항) 씨 등 4명이 각각 수상했다. 또 최우수상(경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상)에 김차남(96·안동) 씨 등 3명이 선정됐다.

이날 경북도는 지난 9월 열린 전국 단위 시화전 입상자 8명과 함께 시상을 진행했다.

도청 안민관 로비에서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경북 및 전국 성인문해 시화전 수상작 63점과 엽서쓰기 49점을 비롯한 공예 작품 등 150여 점을 전시해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경상북도는 지난 4일 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경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주관
경상북도는 지난 4일 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경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주관 '2022년 경북 문해한마당'을 개최했다. 대상 수상자 권순희 씨의 시화 작품 '글자 콩아 자라다오'. 경북도 제공

올해 대상을 수상한 권순희 씨는 수상 소감으로 "'이 버스 어디로 갑니까'라고 묻지 않고도 마음껏 탈 수 있어서 좋고, 내 이름 석 자를 다른 사람에게 써 달라고 하지 않아서 더 좋다"며 "이제는 시인처럼 시도 쓰고 화가처럼 그림까지 그릴 수 있어 내 나이 여든에 새로운 꿈도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비문해 어르신을 포함한 결혼이주여성, 장애인 등 교육 소외계층에게 '한글교육'뿐만 아니라 디지털·금융·건강·문화·예술 등 다양한 평생학습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어르신이 살아오신 인생이 숙제였다면 지금부터의 삶은 축제로 사셨으면 한다. 경북도는 어르신들이 한글 공부를 주춧돌 삼아 평생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상북도는 지난 4일 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경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주관
경상북도는 지난 4일 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경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주관 '2022년 경북 문해한마당'을 개최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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