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늦깎이 어르신들이 진솔한 인생을 담아 쓴 시화를 세상에 공개했다.
경상북도는 지난 4일 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경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주관 '2022년 경북 문해한마당'을 개최했다.
행사는 문해교육이 단순히 글 배우기를 넘어 세상과의 소통으로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준다는 가치를 되새기고, 학습자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격려하며 배움의 성과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행사에는 문해학습자 및 문해교육 관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70대 이상 고령자로 전쟁과 가난, 남녀 차별로 인해 유년시절 학교 문턱도 넘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다.
누군가는 본인의 이름을 직접 써보고 싶어서, 또 다른 누군가는 손자 손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이유로 지역 문해교육기관에서 추진하는 성인문해교육에 참여해 한글을 배워왔다.
올해 행사는 '문해, 지금 나는 봄이다'를 주제로 경북문해교육 시화전 시상 및 입상자 시 낭송 순서를 마련했다. 배움의 씨앗을 뿌려 새로운 인생의 꽃을 피우는 문해 학습자들의 다양한 삶을 시화를 통해 조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역 문해교육기관이 추천한 시화 작가들 가운데 권순희(79·안동), 염춘옥(70·안동), 김미자(73·울진) 씨가 각각 대상(도지사상)을 수상했다.
이어 특별상(도의회 의장상, 도교육감상)은 김영규(75·의성), 김철자(79·포항) 씨 등 4명이 각각 수상했다. 또 최우수상(경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상)에 김차남(96·안동) 씨 등 3명이 선정됐다.
이날 경북도는 지난 9월 열린 전국 단위 시화전 입상자 8명과 함께 시상을 진행했다.
도청 안민관 로비에서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경북 및 전국 성인문해 시화전 수상작 63점과 엽서쓰기 49점을 비롯한 공예 작품 등 150여 점을 전시해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 대상을 수상한 권순희 씨는 수상 소감으로 "'이 버스 어디로 갑니까'라고 묻지 않고도 마음껏 탈 수 있어서 좋고, 내 이름 석 자를 다른 사람에게 써 달라고 하지 않아서 더 좋다"며 "이제는 시인처럼 시도 쓰고 화가처럼 그림까지 그릴 수 있어 내 나이 여든에 새로운 꿈도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비문해 어르신을 포함한 결혼이주여성, 장애인 등 교육 소외계층에게 '한글교육'뿐만 아니라 디지털·금융·건강·문화·예술 등 다양한 평생학습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어르신이 살아오신 인생이 숙제였다면 지금부터의 삶은 축제로 사셨으면 한다. 경북도는 어르신들이 한글 공부를 주춧돌 삼아 평생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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