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신라가 한국 기하학적 추상의 개척자이자 단색화의 대표 작가인 서승원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신라가 2016년 개최한 그의 개인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전시다.
서 작가는 동시성(Simultaneity)을 화두로, 20대부터 여든이 넘은 오늘날까지 동시대 미술에 대한 고민을 이어오고 있다.
젊은 시절 그는 한옥, 책가도, 오방색과 같은 한국적인 요소를 작품에 끊임없이 녹여왔다. 또한 창호지, 문, 꽃, 도자기, 가구 등 한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통적 요소에서 응축해낸 기하학적인 추상미술을 통해, 이전 세대의 엥포르멜 경향 회화와는 다른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후 그는 한국아방가르드협회 회원으로 전위미술 운동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조형언어를 꾸준히 탐구했다. 특히 흰색의 한지로 물질성과 한국적 색채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서 작가는 1969년 '제6회 파리청년비엔날레', 1973년 '제12회 상파울루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여했고, 1975년 일본 동경화랑에서 열린 '한국 5인의 작가: 다섯가지 흰색'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그만의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선보여왔다.
초기 원색적이고 기하학적인 추상 작업은 1990년대 형과 색이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변화된 구조 속에 자신을 이입시키는 회화 작업으로 이어진다. 2000년대 이후에는 다시 해체기를 거치며 형을 소멸시키고 더 자유로운 감성, 새로운 정신성을 나타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도 형과 색채의 끊임없는 변화가 돋보인다. 투명하고 얇은 막과 같은 색의 형태들이 겹겹이 쌓인 캔버스는 평면 너머의 공간을 불러오는 듯 깊이감을 더한다. 평면이면서 평면이 아닌 것, 공간이면서 공간이 아닌 것에 대해 고민하는 그의 작업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작가는 형과 면을 부수고 없애며 모든 것을 색 속으로 숨어들이려 한다. 창호지를 투과하는 듯 걸러진 색은 작가가 지향하는 '걸러진 정신'을 나타내고 있다.
윤진섭 비평가는 "그의 회화에 내재한 색은 색상 자체보다, 색이 걸러지고 표백된 담백한 우리의 정신"이라고 평했다.
갤러리 신라 관계자는 "고유한 색이 사라지고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는 오늘날의 미술세계에서, 오방색부터 흰색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걸러진 우리의 색, 형태를 찾아내는 것이 바로 우리 미술의 정체성을 찾는 지름길이라고 작가는 굳게 믿는다"며 "흔들림 없이 자신이 처음부터 세운 작품의 세계와 자아의 세계를 일치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작가의 태도와 철하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전시는 30일까지. 053-422-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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