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화 광산매몰 구조자 2명 퇴원…"열악한 작업 환경 개선해달라"

입원 일주일 만에 퇴원… 병원 측 "심리치료 두 달 이상 필요"
거주지 인근서 치료 예정…박정하 씨 "가족들과 시간 보낼 것"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구조된 광부 2명이 11일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작업반장 박정하(62) 씨가 퇴원 기자회견에서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에게 고립 당시 비상식량으로 사용한 믹스커피를 선물 받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구조된 광부 2명이 11일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작업반장 박정하(62) 씨가 퇴원 기자회견에서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에게 고립 당시 비상식량으로 사용한 믹스커피를 선물 받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북 봉화 광산 매몰사고 생환 광부들이 건강상태가 호전돼 11일 입원하고 있던 안동병원을 퇴원했다. 지난 4일 오후 11시 3분쯤 고립 221시간 만에 극적 구조돼 입원한 지 일주일 만이다.

안동병원 측은 두 명의 생환자 모두 각종 후유증에 대한 치료를 받았고 이제는 횡문근융해증 등만 좀 더 회복되면 일상생활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했다.

다만, 병원 측은 사고 트라우마로 인한 심리증상은 2달 이상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퇴원환 생환자들은 각자 거주지 인근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경북도도 강원도 태백지역의 병원 등과 연계해 생환 광부들의 치료를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날 작업반장 박정하(62) 씨는 병원 로비에서 퇴원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께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박 씨는 "저의 구조를 위해 24시간 구조작업을 해준 동료 광부들에게 감사하고, 현장을 직접 찾아 구조를 돕고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 지원해준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경북도민 여러분께도 감사하다"며 "건강 회복을 위해 애써준 안동병원에도 감사하고, 구조를 위해 노력한 119구조대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시추작업을 위해 와준 민간 업체와 군 부대 여러분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일하고 있을 동료 광부들을 위해서라도 광산 내 열악한 작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박 씨는 "전국 각지에서 열악한 환경에 있는 광부들에게는 부디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이번 사고에 대한 안전점검과 실태조사로 안전한 작업 환경이 마련되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구조된 광부 2명이 11일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작업반장 박정하(62) 씨가 퇴원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구조된 광부 2명이 11일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작업반장 박정하(62) 씨가 퇴원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또한 "사용되지 않는 광물을 갱도에 다시 넣는 것을 '백핀'이라고 하는데 광미 슬러지 만큼은 백핀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그것(광미) 때문에 붕괴가 됐다고 생각하는데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광산 특수보호대로 활동하며 구조작업도 벌여봤지만 실제로 제가 이런 일을 겪게 된 것은 처음"이라며 "광산작업 환경 자체가 1980년대 초나 지금이나 똑같은 방식으로 채광되는데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현 업계의 문제도 지적했다.

이어 "전국 광산에 광부들이 상당수 있는데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회단체와 연계해 일을 해볼까 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가족들도 제가 다시 광산 일을 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고 해서 광산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앞으로의 계획도 전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소감에 대해 그는 "태어나서 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 같은 기분"이라며 "살아서 나간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제2의 인생을 살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퇴원식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상학 안동부시장 등이 안동병원을 방문해 퇴원자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인사를 하기도 했다.

특히 이 지사는 그들이 광산에서 살아 나올 수 있게 도와줬던 커피믹스 한 박스를 즉석에서 선물해 퇴원자들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했다.

또 이 지사는 이번 구조를 위해 24시간 노력한 광부들과 구조대, 민간업체 등에 제대로 된 보상이 지원될 수 있도록 4억2천만원가량의 구조 경비 전액을 경북도에서 부담한다는 약속을 꼭 지키고 시행하겠다는 말도 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함께 고립됐던 보조작업자 박모 씨도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고로 제가 용감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공포심 때문에 어디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무서웠다"며 "작업반장님이 침착하게 신경 써주셔서 위안을 얻었고, 두 번 다시는 (광산으로)돌아가고 싶지 않고, 생의 기로에 관심과 도움을 준 분들이 있어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퇴원 소감을 전했다.

한편, 퇴원한 생환 광부들은 바다가 보고 싶다는 소원대로 울진에서 가족여행을 하는 등 짧은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가 통원치료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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