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나 공직자의 근무 자세는 국가의 안정과 질서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공무원이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회는 규탄의 대상으로 전락한 세상과 뚜렷이 대비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페이스북에 "…공직자는 어떤 일을 했을 때 감사하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듣는 것이 최고의 보람…"이라는 글을 남겼다. 봉화 광산 매몰 사고 후 221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박정하 반장의 아들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고 난 뒤 소감이었다.
박 반장의 아들은 메시지에서 "어제 가족이 모두 모여 회에 소주 한잔 하며 아버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전북 도민이지만 경북 도민이 부럽다. 먼 곳에서 도지사님의 성공과 도민들의 행복을 기원하겠다"고 했다. 이 지사가 특별히 '감사'를 받을 만한 이유는 있었다. 사고 현장을 신속히 방문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인력과 장비 확보 및 특별수당 지급, 질 높은 식사 제공 등 다른 광산 사고와 비교할 때 (지자체로서) 이례적으로 적극 조치했다. 이것이 '기적의 생환'에 직접적 원인이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가족 입장에서 감사의 마음이 생겨날 만하다.
공직자의 헌신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대표적이다. 현장 지휘관과 관련 기관의 대응에 문제점이 지적되곤 있지만, 사고 현장에서 보여준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노력이 폄하되어선 안 된다. 복지부 공무원들은 참사 이후 사상자 수습과 지원을 위해 의료기관과 장례식장 등에 파견되었고, 중증 피해자에 대해서는 1대1 매칭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상 근무를 해 온 상황을 감안하면 '살인적' 수준의 업무 과부하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실명 게시판에 올라온 '지친 우리부(복지부) 직원들은 누가 위로해 주나요'라는 한탄(恨嘆)은 공직자에 대한 배려 없이 희생만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일 "그래도 애써 주어 고맙다"라는 감사의 마음이 공직자들에게 전해졌다면 힘들지언정 이토록 자괴감이 들진 않았을 것이다. 언론, 정치권, 시민사회 모두 참사의 책임을 뒤집어씌울 '희생양' 찾기에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감사'를 잃어버린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